편법 증여·일감 몰아주기 의혹
신 회장 "건강 나빠 출석 어려워"
일본 거주 서미경 강제소환도 임박
검찰 출석한 소진세 롯데사장
"비자금 조성한 사실 없고 신동빈 회장 지시도 없었다"
[ 박한신/고윤상 기자 ]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에게 7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치매약 복용 등으로 지난달 31일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 결정을 받은 신 총괄회장은 검찰에 방문조사를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이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 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약 6000억원을 탈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씨 소유 회사인 유원실업 등에 롯데시네마 매점사업 독점운영권을 주는 등 780억원대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 ? 신 총괄회장이 이 같은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를 직접 지시하고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의 신 총괄회장 직접 소환 방침은 예상외의 ‘강공’이란 평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령에 치매약까지 복용하는 신 총괄회장을 소환하는 대신 검찰이 방문·서면조사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법원이 지난달 31일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신 총괄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지난 6~7월에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 40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 상황이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직접 조사 방침을 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정후견은 재산 거래 등 현재의 판단 과정에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지 과거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의 검찰 출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는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변호인에게 방문조사를 받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인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는 “총괄회장에게 출석 통보를 전달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렵다고 말했다”며 “주치의와 협의해 방문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건강상태에 따른 출석 거부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대응할 계획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서씨의 강제소환 조치도 서두를 방침이다. 서씨는 일본에 체류하며 한 달 넘게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씨가 고민 중이라고만 답변하고 있다”며 “검찰로서도 강제 처분에 대해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5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은 탈세나 비자금 조성에 정책본부가 얼마나 관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자금은 없다”고 답했다. 코리아세븐 사장 재직 당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부당하게 참여해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고 신동빈 회장의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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