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사드 한반도 배치에 반대"
박 대통령 "북핵 해결되면 불필요" 반박
청와대 "양국관계 발전이 역사적 대세라는 데 공감"
< 구동존이(求同存異 : 다른 점 인정하면서 공동이익 추구 >
< 구동화이(求同化異) : 공동이익 추구하되 이견 있는 것까지 공감대 확산 >
[ 장진모 기자 ]
한국과 중국은 한반도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이뤄진 첫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이견을 거듭 확인했다. 사드 대화는 평행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할 말을 다 했다. 시 주석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외교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도 있었다. 진솔한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증진과 사드 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서로 마주 앉아 사드 문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한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중 관계는 ‘갈등관리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 문제 소통 지속하자”
두 정상은 첫 발언에서 “한·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비공개 본회담에선 사드를 놓고 충돌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사드 문제)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회담 내내 사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자 박 대통령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박 대통령은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어 밤잠을 자지 못하고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가지는 게 한·중 양국의 공동이해 관계인 한반도 평화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
두 정상은 대북 압박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한·중 양국이 단호히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 안정 수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며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구동존이 vs 구동화이
시 주석은 회담에서 향후 한·중 관계와 관련, “양국이 구동존이(求同存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의 구동존이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자성어다. 시 주석이 구동존이를 언급한 것은 ‘사드 반대 입장을 굽힐 수 없지만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 주석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구동존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를 지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구동화이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전략적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구동화이에 시 주석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한 소통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간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전략적 소통체제와 함께 향후 다자회의에서 사드를 포함한 여러 관심사에 소통을 지속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항저우=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