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박사들이 김영란법 '열공'하는 이유

입력 2016-09-08 07:11  



(김은정 금융부 기자) 한국금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최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열공’(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오는 28일 시행을 앞두고 추석 명절 직전인 9일에는 전국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김영란법 설명회에도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1991년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든 사단법인 형태죠. 국내외 금융제도와 금융정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 실제 금융당국의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 부문에 대한 정부, 금융업권, 학계와의 의견 교환이나 의견 수렴이 필요할 때면 대부분 금융연구원이 중심이 돼 업무를 추진하고는 합니다. 평소 금융당국과 공동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인사 교류도 잦습니다.

금융위원회에 금융연구원 출신이 진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금융위에서 퇴직한 뒤 금융연구원에 연구위원 등으로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금융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공무원은 아닌데 왜 이렇게 김영란법 공부에 빠진 걸까요. ‘김영란법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영업자 등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정작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김영란煊?따르면 정기간행물 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대표 발행인은 언론인 범주에 포함됩니다.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된다는 얘기죠. 발행인으로 법인을 등록했다면 해당 기업 소속 임직원 모두 김영란법 제재 대상이 됩니다.

금융연구원은 매월 각종 금융 분석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소속 연구원들이 언론인으로 간주되는 겁니다. 연구원들이 언론인 범주에서 벗어나려면 현재 내고 있는 각종 금융 분석 보고서를 생활정보지처럼 단순 정보만 전달하는 정보간행물로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는 전자간행물로 모두 바꿔도 되는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금융연구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 건물에 같이 둥지를 틀고 있는 국제금융센터 소속 연구원들도 같은 처지에 놓였습니다. 오는 9일 진행되는 김영란법 설명회에 국제금융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이미 이런 문제는 은행권에서는 현실이 됐습니다. KEB하나은행은 수십년 동안 내던 계간지를 없앨 예정입니다. 계속 계간지를 내게 되면 발행인인 은행장이 언론인으로 분류되거든요. 신한은행도 고객들에게 투자, 문화, 여행 등 각종 정보 제공을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발행했던 잡지를 더 이상 내지 않을 계획이고요. 다른 은행들도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아직 금융상품에 대한 단순한 소개나 재테크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간행물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되는지가 명확하진 않거든요.

그나마 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만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언론인 범주에 포함되는지 유무가 그리 중요하진 歌킵玲?

한국의 접대 관행을 바꾸려는 김영란법 시행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십년 동안 수많은 재테크 및 투자 정보, 은행권 안팎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잡지들이 이런 이유로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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