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충돌 위협 소행성 쫓는 美소행성 탐사선

입력 2016-09-08 09:51  



(박근태 IT과학부 기자)미국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오시리스렉스는 발사후 2년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소행성 중 하나인 베누(Benuu)로 날아가 1년간 상공에 머물다 착륙한 뒤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 2023년 미국 유타 사막으로 되돌아오는 임무를 띠고 있다. 총 임무기간이 장장 7년에 걸친 대장정이다.

소행성이나 혜성은 ‘태양계의 화석’으로 흔히 불린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다른 행성들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학적, 지질학적 변화로 태양계가 형성될 때의 초기 정보가 대부분 파괴됐다. 반면 크기가 작은 소행성이나 태양계 안팎을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혜성은 그런 변화를 거의 겪지 않아 초기 상태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소행성 탐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1985년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한 지오토 탐사선부터다. 지오토는 핼리혜성을 스쳐지나며 사진 2000장을 찍어보냈다. 최초로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온 건 일본이다. 일본 소행성 하야부사(일본명 송골매)는 2003년 발사된 뒤 2년반 여행 끝에 3억㎞떨어진 소행성 이토가와에 착륙했다. 그리고 극적으로 토양 샘플 1500개를 채취하는데 성공한 뒤 2010년 지구로 귀환했다. 비록 무인탐사선이지만 인류가 달 이외 천체에 착륙한 뒤 지구로 귀환한 건 처음이다. 유럽도 2014년 지구에서 5억1000㎞ 떨어진 혜성 64P에 탐사로봇 필래를 착륙시켰다. 착륙 당시 충격으로 가동이 중지되면서 실종됐던 필레는 이달 초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필래 위치를 다시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소행성 탐사 분야에서 유럽과 일본에 다소 뒤쳐져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이번 탐사에 큰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시리스렉스는 길이 6.2m, 폭 2.43m, 높이 3.15m로 마을버스 크기다. 소행성 베누는 지름 500m로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만 하다. 하지만 수억㎞ 떨어진 소행성이나 혜성에 정확히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일은 서제주도에서 백두산 천지에 서있는 사람의 주머니에 쌀한톨을 정확히 던져넣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샘플 채취도 쉽지 않다. 오시리스렉스가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소행성 크기가 매우 작아 중력이 거의 없다보니 탐사선은 초당 10㎝ 속도로 지표면 위를 옮겨다니며 지표면에 접촉하는 동안 질소를 강하게 분사시켜 떠오르는 광물 먼지를 담는 방식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방식으로 약 0.6~2㎏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9년 발견된 베누에는 탄소 성분이 많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검은 소행성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에 태양계 생성 초창기인 45억 년 전 만들어져 태양계를 만들고 남은 물질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의 기원을 밝혀줄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이 이번 탐사에 성공하면 향후 소행성이나 薨봇【?희소 자원을 가져올 수 있는 우주채광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탐사선은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도 맡고 있다. 베누는 6년마다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데 2035년에는 지구와 달 사이를 스쳐지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한다. NASA는 베누를 지구와 충돌위협이 높은 소행성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2175년과 2196년 사이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2700분의 1이란 분석도 있다. 과학자들은 무엇보다 지구의 인력 영향으로 향후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시리스렉스는 소행성이 태양빛을 받아 에너지가 누적되면 궤도가 바뀌는 현상인 ‘야르코프스키 효과’를 비롯해 소행성 행로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자료 수집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탐사선 이름에도 그런 의미가 담겼다. 오시리르렉스는 기원과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보, 지표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조합한 이름이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부활과 재생을 상징하는 저승세계 신 오시리스와 소행성 충돌로 멸종한 공룡을 조합한 뜻이기도 하다.

NASA는 이번 발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달초 세계적 전기차 회사 테슬라 창업자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이 발사 준비과정에서 폭발하면서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NASA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아틀라스5는 검증된 발사체라며 발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끝)/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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