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광 기자 ] ‘아이들 가구를 어떻게 하면 오래, 더 잘 쓰게 할 수 있을까.’
한샘이 아동용 가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는 아동용 가구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한샘은 최근 자사의 영유아 수납장을 구매한 228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1위는 ‘어른이 될 때까지 사용 가능한 범용적 디자인’이었다. 28% 달하는 사람이 이렇게 답했다.
‘성인까지 사용 가능한 사이즈’는 3위였다. 아이 가구를 고를 때 상당수 부모가 잠깐 쓰고 버리는 것을 가장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제품의 판매 실적도 비슷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된 한샘의 ‘자녀방 책상’ 중 약 60%가 높이 조절 기능이 있었다. 아이 성장에 맞춰 책상을 높여 오래 쓸 수 있는 게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샘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어린이 가구의 색상부터 바꿨다. 과거엔 파랑 초록 주황 등 원색 위주였다. 지금은 무채색을 많이 쓰고 있다. 한샘의 어린이 가구 브랜드 ‘모 際?rsquo;에 적용했다.
옷장은 아이 성장과 함께 배치를 달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샘의 모모로 베이비장(사진)이었다. 3~5세 때는 아래쪽에 높이가 짧은 문을 설치하고 위쪽엔 높이가 긴 문을 달았다. 밑에는 아이가, 위에는 부모가 닿을 수 있게 한 것이었다.
7세 이상이 되면 이 배치를 바꿔 쓸 수 있게 했다. 옷장 몸통에는 높이별로 홈이 파여 있어 사용자 스스로 옷걸이 봉과 선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월 나온 ‘조이매직데스크’도 같은 맥락이다. 각도와 높이 조절이 가능해 아이들의 키와 자세에 맞게 쓸 수 있게 했다.
아기 침대 또한 개념을 바꿨다. 1년 정도 쓰고 버리는 침대가 아니라 몇 년을 써도 좋은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대부분 가정에서 아기 침대는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한 뒤엔 잘 쓰지 않는다. 공간만 차지하는 골칫거리가 되는 셈이다.
한샘은 이런 점에 착안했다. 아기 침대를 3단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침대가 분리되면 책상과 의자 두 개로 ‘변신’이 된다. 걸음마 이전엔 침대로 쓰다가 이후엔 책상 및 의자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해 부모들의 호응이 높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