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위해 군사지원 등 강화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범죄와의 전쟁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라”고 일침을 놨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고 AFP통신이 8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잘못된 방법으로 했을 때 무고한 사람이 다치고 문제를 풀 수 없는 많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한다”며 “범죄 조직처럼 비열하고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올바르게 범죄와의 전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으로 지금까지 3000여명이 재판도 거치지 않고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과 관련해 법치 실종과 인권 침해를 꼬집은 것이다.
두 정상은 전날 만찬에 앞서 대기실에서 2분가량 만났다. 두 정상은 아세안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6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 파문으로 취소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5일 순방길에 오르며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다음날 예정돼 있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AP통신은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에 오는 12월 30인승 중고 군용기 두 대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필리핀과의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데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후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하려는 대(對)중국 봉쇄 전략의 큰 틀을 흔든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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