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 보호냐, 물류대란 수습이냐'…대한항공 고민 또 고민

입력 2016-09-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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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자금수혈 불투명

대한항공 6인의 사외이사들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 지원은 주주입장서 보면 명백한 배임"

사내이사들 "법원 허가 얻어 배임 우려 벗어날 수 있어
선원안전 위해서라도 결단해야"



[ 안대규/정지은 기자 ]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풀 해법이 꼬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약속한 600억원의 자금 지원이 불투명해져서다. 대한항공이 지난 8일에 이어 9일 이사회를 열고 5시간 넘게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우려한 사외이사들의 반대는 완강했다.

이틀간 5시간 넘는 격론에도 결론 못내

9일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한 사외이사는 “대한항공 주주 입장에서 보면 명백히 배임에 해당한다”고 자금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대주주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한 사례가 없다”며 “그동안 투자한 것도 손실이 큰 데다 법원이 대주주 지분을 소각할 예정이라 현 주주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외이사도 “지원하면 대한항공의 소액주주, 기관투자가, 외국인투자자 등이 배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아니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원한다면 법률적인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미국 롱비치터미널(TTI)의 지분 가치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 사외이사는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이 살아나서 수익이 나야만 담보가치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가치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다른 사외이사도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이미 다른 투자자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고 많은 외국 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어 한진해운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상호 보증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약속한 자금 지원 방식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대한항공 사내이사들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지원하기 때문에 ‘배임’ 논란을 비켜갈 수 있고 한진해운을 지원하지 않으면 선박에 갇혀 있는 선원들의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득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600억원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DIP파이낸싱(회생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형태로 집행되기 때문에 배임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진해운 직원들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장기화될 수도

한진그룹이 10일 다시 이사만?속개하기로 했지만 자금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사회 구조 때문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사내이사가 4명, 사외이사가 6명이다. 자금 지원은 이사 과반수 출석에 참석 이사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사외이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대하면 안건 통과가 어렵다.

자금 지원이 꼬이면서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해운은 당초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금 400억원과 대한항공의 지원금 600억원을 합쳐 1000억원을 하역비로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바다에 떠 있는 배를 육상으로 옮겨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사태가 미국 법원의 ‘파산보호’ 결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뉴저지연방파산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파산보호 신청을 현지시간으로 9일까지 임시 승인하면서 한진그룹 측에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했다. 한진그룹이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미국 법원으로부터 파산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 차질을 우려한 화주들이 한진해운의 하역비용을 대신 내는 사례도 속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산법원에 8일(현지시간) “하역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겠다”며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3800만달러 규모의 가전제품과 부품에 대한 하역 허가를 요청했다.

안대규/정지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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