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6-09-11 15:36   수정 2016-09-12 11:13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크라우드펀딩'은 최근 미디어 기업에서 주목받는 모델인데요. 주로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입니다. 사자성어 '십시일반'처럼 여러 사람들의 작은 힘이 보태져 콘텐츠 제작을 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입니다. 지금까지 펀딩 누적액 66억원, 1인당 평균 펀딩액 2만9,000원, 펀딩 참여자 23만명, 펀딩건수 38만건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데요. 신문 구독료가 2만원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수치입니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육성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아이디어, 의견을 올리는 참여와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어떻게 하면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최근 기자와 만난 김귀현 카카오 PRMC 파트장은 "인터넷-콘텐츠-소통-온디맨드(On Demand)-데이터' 다섯가지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영화 '귀향'은 "마지막 15분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스토리텔링으로 6억원 넘는 펀딩액을 모으며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좋은 콘텐츠이기도 해야겠지만 참여할 수 있고 변화를 드러낼 수 있는 소통과 수렴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죠.

특히 이 과정에서는 '유연'과 '몰입'이라는 개념이 중요한데요. 김귀현 파트장은 "새로운 콘텐츠 유료모델이랄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유·무료가 복합된 유연한 모델이어야 한다"며 "일부만 유료화를 한다거나 웹툰과 웹소설처럼 조금 기다리면 무료가 되는 방식, '오늘'만 무료가 되는 방식 등 유연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콘텐츠는 소장가치가 높아야겠지요.

김 파트장은 "크라우드펀딩의 성공은 콘텐츠의 길이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임팩트가 있는지 여부, 왜 펀딩을 받아야 하는지 맥락이 충분한지 여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의 브랜드 확립 여부, 이를 기반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 '팬심'이 얼마나 강력한지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걸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카카오 스토리펀딩의 프로젝트 성공률은 50% 정도입니다. 즉, 모든 아이템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청년들의 집 구하기 문제를 다뤘던 ''노답청춘' 집 찾아 지구 반 바퀴' 프로젝트, 카지노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지노의 엑스트라' 등 뉴욕타임스에 보도가 되거나 미디어 업계에서 화제가 됐지만 펀딩 금액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연령대의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더라도 관심사 기반의 타깃형 콘텐츠는 소규모 집단(Micro Targeting Customer)에겐 대체로 호소력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가 크라우드펀딩에서 결정적인 겁니다. 현재까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선 동정심에 호소하는 기부형, 공분을 일으켜 후원을 하게 하는 분노형 아이템이 먹혔습니다. 이것을 벗어나려면 앞서의 많은 요소들이 함께 작동해야만 합니다.

언론사가 크라우드펀딩을 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왜 언론사에 돈을 내야 하는지 거부감부터 일기 때문입니다. 아이템을 먼저 공개하고 후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취재경쟁이 붙을 수도 있고 결과물이 없는데 지갑에서 돈을 여는 건 아니니까요.

김 파트장은 "오프라인 모임, 커뮤니티처럼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후원한 사람들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폐쇄형 콘텐츠'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또 "이 기사는 OOO 기자만 쓸 수 있다는 전문성과 독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공익성이 보태져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대목이라고 할 것입니다.

한편,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은 결제 수수료를 제외하고 콘텐츠 생산자와 9:1의 비율로 펀딩금액을 나눕니다. '1'을 받는 카카오는 '최저 창작비 보전 프로그램' 명목으로 환원합니다. 무료 후원권을 카카오 채널 이용자들에게 나누는 것이죠. 즉, 스토리펀딩을 연 플랫폼 사업자 관점에서는 수익을 챙기는 것이 아닙니다. 카카오는 이용자 데이터 등을 활용해 타깃에게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딜리버리(Dilivery) 서비스를 연내 오픈합니다. 여기서 광고모델을 노려봄직 할까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스토리펀딩의 미래가 저널리즘의 미래와 닿아 있는 느낌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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