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배 하역하려면 최소 1700억 이상 필요
대한항공 600억 지원 결정, 선담보 조건…실효성 의문
조양호 회장 400억 등 투입…이번주 최대 10척 풀릴 듯
[ 안대규/정지은 기자 ]
미국 롱비치항 인근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컨테이너선박 5척의 하역 작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열흘 만에 시작됐다. 한진해운이 하역비, 유류비로 200억원을 지급하고 미국 법원의 승인을 얻어 가까스로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 해상에 발이 묶여 있는 한진해운 선박이 72척에 달한다. 이들 선박 문제를 풀 돈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당초 1000억원을 물류대란 해소 비용으로 내기로 한 한진그룹도 대한항공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400억원만 낼 수 있게 됐다.
롱비치는 해결됐지만
11일 미국 롱비치항에서 한진 그리스호의 하역이 시작됐다. 이어 한진 보스턴호, 한진 정일호, 한진 그디니아호, 한진 몬테비데오호 등 항만 인근 선박의 하역도 시작될 예정이다. 한진해운이 지난 10일 미국 법원으로부터 ‘압류금지 명령(스테이 오더)’을 받고, 하역비로 2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비, 유류비 등을 못내 입출항이 거부된 선박은 기존 77척에서 72척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72척 중 절반인 36척은 싱가포르(21척), 미국 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에서 입출항이 금지됐다. 정부는 나머지 절반의 선박에 대해선 부산, 광양 등 국내 항만으로 복귀해 하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추가로 내야 할 하역비다. 한진해운은 13일 예정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400억원)과 자체 매출채권 유동화로 하역비를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 돈은 화주들의 피해가 극심한 싱가포르 항만 등에 먼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예상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 하역비 170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자체 자금으로 선박 10여척의 하역이 추가로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선박의 하역은 화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류대란에 공급 차질을 우려한 화주들이 한진해운의 하역비나 운송비를 대신 내는 사례도 속출할 전망이다. 롱비치항 인근 한진해운 선박에 디스플레이 완제품과 부품을 실은 삼성전자는 8일 미국 법원에 “비용을 대신 지급할 테니 하역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한진해운이 하역비를 내기로 함에 따라 부담을 덜게 됐다. 화물 운송이 정상화되려면 하역비뿐만 아니라 육상 운송비도 내야 한다. 擥紂′戮?철도나 화물트럭 업체들이 한진해운에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수송을 거부하자 삼성전자는 한진 그리스에 선적된 컨테이너 200개를 자체 계약한 트럭을 통해 운송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600억원 지원안 표류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내놓기로 한 600억원도 이사회 벽에 부딪혀 집행이 어려워졌다. 대한항공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TTI)을 담보로 먼저 확보해야 600억원을 빌려주기로 의결했다.
한진해운은 TTI 지분 54%를 갖고 있지만 6개 해외 금융회사에 담보가 잡혀 있다. 대한항공이 추가로 담보를 잡으려면 이들이 동의해야 한다. 또 TTI 2대주주인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 스위스 MSC(지분 46%)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TTI 지분 54%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MSC는 과거에도 한진해운의 매각 시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들로부터 담보 제공 동의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며 “설사 동의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사외이사진은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향후 채권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조건부 지원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정지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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