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 앞다퉈 '민생 투어'…이미지 높이기 쇼인가, 공약 만들기 행보인가

입력 2016-09-12 18:41  

김무성·문재인·안철수·박원순…추석 앞두고 '현장 탐방' 분주

"민심 수렴·공약 마련" 내세우지만 서민 이미지 쌓고 표심 다지기



[ 홍영식 기자 ]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2일 “무플(무관심)보다 악플(악성댓글)이라도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에겐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각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유권자에게 잊혀지는 순간 정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은 더 말할 필요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빼고는 어디든 신문에 나오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이미지로 국민에게 다가가느냐가 요즘 잠룡 참모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대선 주자들은 당직이 없어 이슈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쉽지 않다.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민생 탐방’에 나서는 이유다. 야권 잠룡의 한 참모는 “민생 탐방은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고, 대선 주자들도 서민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야 주자들은 지난여름 수염을 기르고, 밀짚모자를 쓰고, 점퍼를 입은 채 틈만 나면 峙堧막?내려갔다. 추석 연휴를 맞아 다시 현장 방문에 나서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민생 탐방을 시작했다. 전남→경남→전북→충남·북을 차례로 훑었다. 지난 10일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콜레라로 피해를 입은 부산 지역 수산물 업체를 찾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초부터 한 달 가까이 네팔과 부탄을 방문했다. 지난달 백령도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인천 자유공원 방문,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헌화, 휴전선 접경지역인 인제 양구 철원 화천 홍천을 찾는 등 안보 행보를 했다. 11일엔 광주에서 친환경자동차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최근까지 ‘미래’를 키워드로 전국 순회 강연을 했다. 11일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방문 뒤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현직 단체장들도 틈틈이 민생현장을 찾고 있다.

민생 탐방은 과거 대선 주자들에게도 ‘주요 메뉴’였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2006년 경기지사 퇴임 뒤 ‘100일 민심 대장정’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대운하 추진과 관련해 전국투어를 했다.

대선 주자들이 대선 1년여 전 민생 탐방에 나서는 목적은 여러 가지다. 공약 마련을 위한 현장 민심 듣기와 인지도 높이기, 서민 이미지 부각 등이다. 본선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당 경선 방식은 일반 국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가 일반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을 1년3개월가량 앞두고 밑바닥 민심과 당심을 잡기 위한 경선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비판도 있다. 대선 주자들이 정책 지향과 비전이 아닌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과 자질을 따져보는 기회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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