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2 야당 "대화 병행해야" vs 박 대통령 "대북제재 강화"
우병우 수석 거취·법인세 인상 놓고도 대립
[ 유승호 / 임현우 기자 ] 현안을 놓고 팽팽했던 115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이 당초 ‘안보 협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북 핵 도발 규탄에만 한목소리를 냈을 뿐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나머지 현안에선 큰 시각차를 확인했다.
주요 주제는 북핵 대응을 포함한 안보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은 단순한 협박·협상용이 아닌 급박한 위협”이라며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들도 북한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 핵실험은 중대한 도발행위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한 것에 불과하다”며 “북한 핵 보유는 절대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회동 후 브리핑에서 “여야 지도자들이 강력하게 규탄 목소리를 일치해서 낸 것은 (북한에) 상당한 압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문제로 화제가 넘어가면서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추 대표에게 차례로 “사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박 위원장은 “반대한다”고 했다. 추 대표는 “유럽에서 폴란드는 사드를 받아들였고 체코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반대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합해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국민 안위를 위한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에 반대한다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대안을 냈다. 외교, 평화, 협력이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되받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금 대화를 하는 것은 북한에 시간 벌어주기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추 대표가 대북 특사 파견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고려 안 한다”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이 제안한 ‘여·야·정 안보협의체’도 “안보는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끌고 가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공직 기강 확립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고만 답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과 관련, “특별법의 취지와 재정·사회적 부담을 고려해 국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했다.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선 “소녀상 이전 이면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법인세 인상 등 경제 현안에 관한 얘기도 오갔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선 “세계적인 추세는 인하”라며 “우리만 법인세를 높이면 고용에 무리가 간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회동 말미에 이 대표가 “북핵이나 사드 문제에 대해 좋은 결론을 내려서 국민에게 추석 선물로 드리자”며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추 대표와 박 위원장은 “합의된 게 아닌데 억지로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유승호/임현우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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