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전 민주당 전국위 의장 "민주당 비상시 대책 마련해야"
건강기록 공개키로 한 힐러리 "폐렴 대수롭지 않아 말 안한 것"
[ 워싱턴=박수진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건강 이상이 미국 대통령선거의 중대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그의 낙마(落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뭔가 있다”며 이 참에 전세를 뒤집기 위해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비상사태 대비 안 하면 큰 혼란”
1995~199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돈 파울러는 1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폐렴에서 완전히 회복하겠지만 민주당이 ‘긴급사태’에 대비하지 않고 선거를 계속 끌고 가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이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질 상황에 대비해 다른 후보를 세우는 ‘플랜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파울러는 “현행 DNC 규칙은 일정 지침과 한도 내에서 ‘대체 후보’를 지명할 권한을 DNC에 부여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당장 오늘 오후부터 대체 후보를 지정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린턴이 11월8일 대선 전에 하차하면 DNC가 대체 후보 지명권을 갖는다. 경선에서 2위를 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부통령,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등이 후보군이다.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상대방 후보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추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민주당 선거인단이 12월5일 선거인단 투표일에 그 추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된다. 선거인단 투표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부통령으로 당선된 팀 케인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클린턴, 수일 내 건강진단서 추가 공개
클린턴은 이날 CNN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는 “전날 (뉴욕 9·11테러 15주기 행사장에서) 어지럼을 느껴 균형을 잃긴 했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지난 9일 폐렴 진단 후) 닷새간 쉬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따르지 않았다”며 “얼른 이겨내고 2~3일 안에 선거운동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폐렴 진단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클린턴 캠프는 수일 내 자세한 건강진단서를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지난해 7월 두 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했다. 2012년 12월 장염에 걸려 뇌진탕을 겪었다가 후속 검진에서 혈전이 발견돼 한 달여간 업무를 중단한 것 외에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기록이다.
◆트럼프, 전세 역전 노려
트럼프는 이날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과 트럼프 지지자 비하 발언이라는 두 가지 약점을 파고들며 공세를 강화했다. 그는 “당신처럼 나도 (클린턴이 휘청거리는 것을) 봤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신도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이번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볼티모어에서 열린 미국 국경수비대협회 연차총회 연설에서 “클린턴이 유권자에 대한 경멸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대통령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공격했다.
클린턴은 9일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은 인종과 성차별주의자로 동성애·외국인·이슬람 혐오 성향을 띤다”며 “그들을 개탄스러운 집단이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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