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 편지'

입력 2016-09-14 12:33   수정 2016-09-14 12:33



(김기만 정치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회동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썼습니다.

추 대표는 회동에서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서류 봉투 안에 담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습니다.추 대표는 직접 쓴 손편지에서 “제한된 시간 속에 못 다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로 전한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백남기 농민 문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 공영방송 구조 개편 등을 촉구하는 내용 등을 하나하나씩 담았습니다.그런데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추 대표는 평의원이던 2014년에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세차례 보냈습니다. 추 대표는 공개 서한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여야·세월호 유가족 ·전문가 등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습니다. 당시 추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이 해결될 때까지 대통령에게 계속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추 대표는 이번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 “대통령과의 소통이 마치 절벽과 같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추 대표가 편지에 담고자 했던 진심은 박 대통령에게 온전히 전달되기 힘들었을까요. 독자 여러분들도 편지 전문을 찬찬히 읽어보시면서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심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추미애 대표의 편지글 전문>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

제한된 시간 속에 못 다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께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야당은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해주십시오. 인양될 선체에 대한 조사활동도 보장해 주십시오.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도 간절한 기도로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도라지, 백두산, 백민주화 세 남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백남기 농민은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폭락한 쌀값에 대책을 요구하다가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사람이 생사를 오갈정도로 크게 다쳤는 데도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고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습니다.

인간존엄이 짓밟히는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 국민들은 하나둘씩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집권한 정부인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ㅊ括?신뢰가 없으면 국민통합은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존경하는 대통령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닙니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국민이 죽거나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런데도 옥시와 같은 파렴치한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합니다. 영국 래캣벤키저 본사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입니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없었습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십시오.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도 여성이고 저도 여성인데 같은 여성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그 울분에 더 다가가 주십시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도,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동의하지 않는 협상은 무효입니다. 국민들도 지난해의 합의는 재협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소녀상 이전은 결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의견도 압도적입니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 그리고 소녀상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끝으로 한 말씀만 더 올리겠습니다.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이 남긴 말입니다. 그 나라의 언론자유는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이미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급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지?대선 당시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약속하신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존경하는 대통령님.

한 발짝만 더 국민 곁으로 다가오십시오. 고통 받는 우리 국민들을 한 번만 더 살펴주십시오.

세월호 유가족들, 백남기 농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심장이 기억하는 고통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잊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면 국민 분열이 심각해집니다. 우리는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민생문제의 핵심이 바로 국민의 행복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한 분 한 분 모두가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국민의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대통령님의 마음에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2017년 9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올림.
(끝) /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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