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입에 금리 달렸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지난 6월이 마지막이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며 당시 금통위는 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췄다. 여러 전문가들은 한은이 부양 효과를 높이려 하반기 추가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한은은 한차례 금리를 내린 뒤 2~3개월 안에 또 내렸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달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다. 신흥국인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한은에서도 신중론이 부각됐다. 지난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가계부채 급증과 연내 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도 있어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파 색 짙어진 금통위
금통위원 7명 모두가 동결에 표를 던졌다. 시장에서 ?한은이 매파(긴축 선호)로 기울어졌다는 분석을 일제히 내놓았다. 이주열 총재는 평소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다음달 태도를 바꾸고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은 금통위로서도 부담스럽다.
그러면 10월 인하는 힘들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11월이나 12월을 인하 시점으로 꼽는 것도 쉽지 않다. 미 금리인하 전망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움직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 추가 금리인하를 점쳤던 대신증권은 금통위 직후 ‘연내 동결’ 전망으로 돌아섰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통화정책을 제약할 수 있다”며 “통화당국도 거시경제 위험보다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양보다는 가계부채 관리에 금통위원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는 2분기 말 1257억원(가계신용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금리인하와 부동산 경기 활황이 맞물리면서다. 금리를 더 내리면 가계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우려다.
○금리동결 명분 차곡차곡
금리인하의 명분이었던 경기 부진 우려는 다소 사그라들었다. 이 총재는 “7월 중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감소했던 소비 외에 투자도 8월에 반등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달 경제 전망 때의 성장경로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7월 전망)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 ?실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경기 둔화 때 통화정책보다 재정의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자료가 최근 발표되는 등 금리동결의 명분이 쌓이고 있다”며 올해 금리 전망을 인하에서 동결로 바꿨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완화를 시사하지 않은 채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강조한 점도 주목했다.
마이너스 금리 등 선진국의 통화완화가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키웠다는 비판론이 최근 커졌다. 오는 21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모두 미 금리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고집스러운 해외 IB들…“두차례 인하도 가능”
금리인하 기대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KB투자증권은 저물가 지속, 수출 부진에 따라 성장률이 떨어진다면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은행(IB)들도 금리인하 전망을 버리지 않았다. HSBC는 기업투자 여건 악화, 주택시장 둔화에 따라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최근 내놓은 만큼 추가 완화의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노무라 증권도 “다음달 한은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하향조정할 것”이라며 연내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전문가들의 금리 전망은 엇갈릴 때가 많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미 금리인상과 국내 지표 움직임에 따라 금리 전망이 또 다시 변화를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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