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 영수회담 잔혹사

입력 2016-09-17 05:30  



(유승호 정치부 기자) “소통의 높은 절벽을 느꼈다. 영수회담보다는 대통령의 안보 강의에 가까웠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담에 배석한 뒤 밝힌 소감입니다. 언젠가 비슷한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작년 10월이었습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이 끝난 뒤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실타래같이 얽힌 정국 현안을 풀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마주 앉았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끝났다는 얘기였습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는 ‘영수회담’은 모두 8차례 있었습니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릴 해법을 찾으리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입장 차만 확인하면서 영수회담 이후 오히려 정국이 얼어붙곤 했던 일이 많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2005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나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견해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습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을 접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001년 회동,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의 1994년 회동도 실패한 영수회담으로 꼽힙니다.

영수회담 결과가 늘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의약 분업을 둘러싸고 진료 마비 사태까지 이르렀을 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만나 의약분업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여야 합의로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해 사회적 갈등을 가라앉혔습니다.

서로 이견만 확인하고 끝내더라도 영수회담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각종 현안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며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청와대 회동 후 “북핵 해법에 이견이 있었다”면서도 “대통령 의견을 듣고 우리 의견도 말했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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