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기자 ]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식탁에 두고 마크 볼릿 영국 시티오브런던(시티) 정책자원위원장은 누가 시티를 대신할 수 있겠느냐며 열변을 토했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티 중심가의 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면서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 석 달이 됐지만 세계 금융시장을 미국 월스트리트와 양분하고 있는 시티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릿 위원장은 브렉시트를 틈타 글로벌 금융허브를 노리는 다른 도시들의 약점을 하나하나 들춰냈다. 그는 “프랑스 파리는 고용 규제가 심한 데다 금융을 적대시하는 (좌파) 정부를 믿고 사업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있지만 인구가 100만명도 되지 않고, 두바이나 싱가포르는 날씨가 문제”라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 상하이는 ‘국내용’이라고 깎아내렸다.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볼릿 위원장의 ‘시티 치켜세우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브렉시트로 시티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위안화 무 ぐ甦┛?늘어나면서 홍콩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3개월간 달러화 대비 15% 떨어진 이후 반등 기미가 없다. 여차하면 해외로 떠나겠다는 대형 금융회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티는 아직 느긋한 모습이다. 금융허브의 경쟁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볼릿 위원장은 “금융허브는 결국 사람과 네트워크”라며 “빌딩을 세우고 세금을 조금 줄여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노력도 자신감의 바탕이 됐다. 시티는 핀테크(금융+기술) 태동기에 이미 전문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유럽 최초로 위안화 거래시장도 개설했다. 브렉시트 탓에 외국 금융업 종사자들이 영국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어떤 식으로든 쫓아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볼릿 위원장은 한국도 금융허브를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에는 이렇다 할 약점 평가도 없이 “그러냐?”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순간 영국의 시티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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