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재결합 반복한 한국 야당史

입력 2016-09-19 15:07  



(홍영식 선임기자) 한국 야당사는 분열과 통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 이름은 여러번 바뀌었지만 당 자체가 분열되거나 다른 정치세력과 통합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반면 야당은 당명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원외정당인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함께 이날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찾아 통합을 발표한 것이다. 약칭으로 민주당을 쓸 가능성이 높다. 1987년 이후 더민주 계열 정당의 당명변경(약칭 포함)은 이번이 14번째다. 약 2년에 한번꼴로 바뀌었다.

야당의 이합집산 과정을 살펴 보면 복잡하기 그지 없다. 1987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는 통일민주당을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DJ는 곧바로 대선후보로 추대됐으나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 패했다. 1991년 9월엔 3당 합당(민정당+통일민주당+공화당) 반대파인 ‘꼬마민주당’과 DJ·재야세력의 신민주연합당은 합당해 민주당을 만들었다.

1992년 민주당이 대선에서 다시 지고, DJ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이기택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분열됐다. DJ는 1995년 정계에 복귀한 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잔류 민주당과 개혁신당이 모여 만든 통합민주당은 다시 분열해 일부는 신한국당으로 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는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1997년 대선에서 이겼다. 2000년엔 DJ와 재야 및 운동권 세력이 힘을 합해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었다. 2003년엔 친노무현계와 한나라당 탈당파, 유시민계, 시민사회 세력들이 뭉쳐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동교동계 중심으로 민주당이 만들어졌다. 손학규계와 시민세력들이 합류하면서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바뀌었다.

2007년 야권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다시 합쳐 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 당명을 민주당으로 했다가 2011년 문재인계와 시민단체, 한국노총 등과 손잡고 민주통합당을 탄생시켰다. 2013년 민주당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고, 2014년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이 등장했다.

지난해 12월13일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야권은 다시 갈라졌다. 안 의원은 지난 2월2일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지난 30년간 민주당 이름은 6번 등장했다 사라졌다.

새누리당이 같은 시기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비교적 단선적으로 변화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야당이 이렇게 분열과 통합을 거듭한 것은 무엇보다 이질적인 세력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일부, 호남계, 노무현계, 노동계, 시민사회 세력, 안철수계 등이 섞였다. 그러다보니 각종 현안을 두고 계파간 갈등이 벌어지곤 했다. 선거에 패하면 그 책임 문제를 두고 주류와 비주류간 마찰이 생기면서 헤어졌다가 선거를 앞두곤 다시 합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이념적인 기준이 아니라 선거 승리 여부가 합당의 주요한 기준이 됐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더민주와 민주당의 합당도 예외가 아니다. 더민주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텃밭’인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경쟁에서 기선제압 할 필요가 있다. 또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끝) /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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