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류 변화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의 한 정치분석 매체가 최근 지지율 조사들을 종합한 결과 클린턴 45.7%, 트럼프 44.2%로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1.5%포인트)다. 한때 클린턴이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심지어 LA타임스 조사에선 트럼프(47%)가 클린턴(41%)을 압도했다. 승부의 키를 쥔 10여곳의 경합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대선 풍향계’라는 오하이오주에서 1.7%포인트,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플로리다주에서 4%포인트 앞서는 역전극이 일어났다. 클린턴의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이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 말이 현재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물론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TV토론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의 막말, 클린턴의 건강이 주된 이슈다. 그러나 약점 들춰내기로 치달을 경우 더 손해보는 쪽은 이미 다 드러난 트럼프보다 지킬 게 많은 클린턴이 될 공산이 크다. 클린턴은 히스패닉과 35세 이하 젊은 층의 표심을 얻는 데 고전하는 반면,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클린턴이나 트럼프나 미국 유권자들에게 비호감이긴 마찬가지다. 세계 최초 민주주의 국가조차 선거가 최상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뽑는 게임이 된 것은 유감이다.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하긴커녕 누가 덜 싫고, 덜 혐오스러운지를 가리는 부정의 선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 대선 결과는 한국은 물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냉정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등을 내건 트럼프의 당선은 안보 통상 등 여러 방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몰고올 공산이 크다. 우리로선 적지 않은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다행스런 점은 트럼프가 지지율이 오르면서 발언과 공약에서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온 공화당의 정강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최근 들어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후보들이 잘 알아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내놓고 있다. 대미교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 장벽을 쌓아봐야 중국과 러시아에만 이로울 뿐이란 논리도 나온다.
오히려 지난 8년간 민주당 정부의 모호한 대외정책은 허다한 오해를 불러온 게 사실이다. 시리아 등 중동과 중국 문제가 다 그렇다. 따라서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의 정책기조에 부합한다면 전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로서는 잘만 하면 중국을 염두에 둔 한·미 동맹 재구축과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비용 최소화라는 전제에서다. 문제는 트 냘좇?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가 제대로 돼 있느냐다. 그동안 국내 언론은 그의 막말과 기행만 부각시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을 오히려 방해했다고 할 만하다. 이제라도 철저히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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