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국감 포비아'
[ 강현우 기자 ] “나가서 의원들 호통 듣는 것도 곤욕이지만, 바른 말 했다가 미운털 박히느니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재계에 ‘국감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국회가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놓고 면박 주기를 반복하면서 기업인 사이에선 ‘국감 시즌엔 제대로 업무를 보기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기업인은 국감 출석을 꺼리는 대표적 이유로 불합리하고 무차별적 증인 채택을 꼽는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19대 국회 당시 ‘증인은 국감과 직접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배구조 문제로 국감장에 불려나간 데 이어 올해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또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행정부나 사법부에서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국회가 나서는 것은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역할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痔浩杉?
일부 의원이 기업인을 아랫사람 대하듯 막말을 일삼는 것도 국감 포비아의 원인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인들을 불러 야단치는 행위는 정치권력이 재계의 리더를 불러 혼내줬다는 포퓰리즘적인 동기가 개입된 허세”라고 분석했다.
기업인은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제대로 발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기업인은 “출석하지 않으면 어떤 여론 재판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비즈니스 일정이 있더라도 출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작 증인대에 앉더라도 의원들이 질문보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느라 기업인에게 발언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기업 대표가 국회 국감의 증인으로 소환되는 것 자체로 그 기업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호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내 몰아세우는 식의 감사가 또 진행되면 기업 경영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의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히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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