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데이터 처리 시스템 개발
축구공 모양의 정찰로봇 제작
"NASA 정보공개로 사업 기회 늘어"
[ 박근태 기자 ] 한국항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경민 씨는 지난해 가상현실(VR) 기술로 태양계 행성을 여행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에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깔고 구글의 카드보드 같은 VR 기기를 쓰면 눈앞에 화성에 서 있는 모습이 펼쳐진다. 우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VR 앱이 있지만 행성의 지표면을 걸어 다니며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앱은 처음이다.
우주 기술을 창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거나 우주에서 영감을 얻어 시장 개척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연구소에 쌓아놨던 우주 기술을 대폭 개방하고 우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겨루는 창업 경진대회를 여는 등 우주 기술의 산업화에 나서면서 마중물을 붓고 있다.
이씨 역시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주 기술 사업화를 위해 시작한 ‘스타익스플로레이션 사업’에서 선정된 6가지 아이디어 중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다. 이씨는 지난해 지원사업에 선정된 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전문가 도움 ?받아 실감 나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었다. 1년 만에 일루직소프트라는 전문 콘텐츠회사까지 차리고 구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VR스페이스어드벤처라는 앱을 내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해외 우주전문 기관들이 우주탐사선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무료로 일반에 공개하면서 우주 분야 창업 기회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이씨는 “화성 지표면 사진 등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어렵지 않게 태양계 행성 중 네 개의 VR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설립된 신생벤처 컨텍은 나로우주센터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로켓 발사나 위성 관제에는 통상 수십 대 이상의 데이터 처리 장치가 사용된다. 컨텍은 단 한 명이 한 대의 모니터만 보면서 수천 대의 서버와 데이터 처리장치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항우연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12년간 나로우주센터에서 로켓 발사를 준비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위성 관제뿐 아니라 수백~수천 대 서버를 사용하는 산업체 공장과 이동통신사, 금융회사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흔히 우주산업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견해가 많다. 투자회수 기간이 길고, 국내 시장이 좁아 해외 수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창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올해도 첨단 항공우주기술 790건 중 사업화 가능성이 큰 유망기술 110개를 공개하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에 도전하는 6개 팀을 뽑았다.
충남대에 다니는 김태영 씨는 전투기 조종석과 고급차량 운전석에 설치된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광고 디스플레이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임송묵 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비축해뒀다가 날아오는 드론에 충전해주는 정거장을 개발하는 방안을 냈다.
우주와 국방 시장을 겨냥한 전문 사업 아이템도 보인다. 나라스페이스는 10㎏짜리 초경량 나노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구동기 개발에 도전한다. 나노위성과 큐브위성 같은 초경량 위성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유테크놀로지는 행성 탐사로봇 등에 이용되는 기술을 이용해 공 형태의 정찰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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