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계열 80tf급 액체엔진 4개 엮으면 미국 본토 타격 가능
김정은 시험현장 참관
오바마, 북한 추가 제재 시사
미국 B-1B 21일 한반도 출격할 듯
[ 박상익 / 박근태 / 이정선 기자 ] 북한이 20일 “신형 인공위성용 로켓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위성 발사장을 찾은 가운데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필요한 엔진 실험으로 미사일 개발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엔진은 지난 2월 발사된 광명성호에 장착된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지난 4월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과는 다른 형태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중에 ‘백두산 계열 80tf(톤포스·추력)급 액체로켓’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도면도 발견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쓸 수 있는 고출력 신형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북한 발표에 근거한다면 출력이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80tf급 액체엔진은 정확한 성능이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한국이 2019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2) 75tf급 액체엔진보다 추력이 더 크다. 더 무거운 탄두나 인공위성을 더 높이, 더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2012년 4월과 12월 발사한 은하3호와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호는 27t급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했지만 이번에 개발된 엔진은 훨씬 강력하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북한이 기존에 연료로 사용하는 케로신과 적연질산은 로켓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조합의 연료를 사용했다면 북한이 새로운 대형 로켓 개발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북한은 1980년대 옛 소련으로부터 로켓 기술을 이전받아 독자 엔진을 개발해왔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이 집권한 뒤 우주 개발에 집중해 장거리 로켓을 세 차례 발사했다. 2013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별도로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신설하면서 미사일로 전용될 로켓뿐만 아니라 정지궤도 위성을 포함한 지구관측위성 등 군사위성을 쏘아 올릴 로켓 성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은 핵실험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모두를 위험하게 한다”며 “다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전 세계가 핵확산 방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핵전쟁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며 핵무기 개발 중단과 감축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경제 상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성공했고, 북한은 불모지”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19일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추진에 적극 공조하기로 했다. 미국 괌 기지에 배치된 전략폭격기 B-1B 2대가 21일 한국으로 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익/박근태/이정선 기자 dir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