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 "몰세권·역세권 아파트 투자, 일본식 장기불황 오더라도 안전"

입력 2016-09-21 16:23  

일본 주택시장 사례 봐도
몰세권·역세권 아파트는
불황에도 별 타격 없어

지하철역 400m 이내 주택
쇼핑 편리한 복합몰 근처
임차수요 꾸준히 확보 가능

고급맨션도 투자 유망



[ 조성근/설지연 기자 ] “몰세권과 역세권 아파트를 사면 일본식 장기 불황이 와도 끄떡없습니다.”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장기 부동산 불황에 강한 아파트로 몰세권과 역세권 아파트를 꼽았다. 최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일본 주택시장에서도 몰세권과 역세권 아파트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경기 고양 삼송, 하남 미사 등에 공급되는 몰세권 아파트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몰세권은 복합쇼핑몰 근처에 자리잡은 주택이다. 일본에선 유통전문기업인 이온이 전국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하면서 지방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바 있다고 박 지사장은 전했다. 쇼핑몰 안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레저·문화생활 등을 영위할 수 있게 되자 수요자들이 기존 구도심의 상업·업무시설 밀집지역을 외면한 것이다. 그 결과 쇼핑몰을 걸어서 갈 수 있는 주택의 몸값이 올라갔다.

박 지사장은 “대형마트는 인근 전통시장 하나를 죽이지만 복합쇼핑몰은 지역 전체 상권을 죽인다”며 “일본의 사례처럼 복합쇼핑몰의 편의성을 경험해본 사람이 늘어나면 몰세권 주거시설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역세권 아파트를 사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다고 조언했다. 일본 역세권 아파트의 경우 집값이 떨어져도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아서다. 박 지사장은 “시세 차익이 불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은행 금리보다 두세 배 높은 월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차적으로 지하철역 400m 이내 주택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800m 이내 주택도 2차 역세권이어서 꾸준히 임차 수요를 확보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범위를 넘어서는 주택은 심각한 공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팔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임차 수요도 적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 지사장은 “심지어 도쿄 시내에서도 빈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철저하게 도심 역세권 아파트를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불황에도 새롭게 떠오르는 주거 상품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고급 맨션(고급 아파트)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2000년부터 고급 맨션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수영장 등 커뮤니티시설을 잘 갖추고 있고, 조망권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박 지사장은 “롯폰기힐스 등에 들어선 고급 맨션에서 여유롭게 사는 이들을 본 수요자들이 고급 맨션에 사는 것을 동경하기 시작했다”며 “자산가들은 도심 복합개발 구역 안의 고급 맨션을, 집을 처음 사는 30~40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교외 거점역세권 맨션과 도쿄의 고급 워터프런트 맨션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격이 1억엔(약 10억6000만원)을 뛰어넘는 고급 맨션도 인기를 끌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수도권에서 공급된 분양가 1억엔 이상 아파트는 모두 700여가구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어난 수치다. 작년에도 일본 전체에서 1억엔 이상 고가 아파트 1688가구가 분양됐다. 고가 아파트는 도쿄뿐만 아니라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등장하고 있다. 박 지사장은 “상속·증여세를 낼 때도 유리해 자산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달리 국내 수도권 신도시가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을 내놨다. 일본은 업무시설이 도심에 몰려 있지만 한국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어서다. 판교신도시처럼 기업을 유치해 자족 기반을 갖춘 신도시도 많다. 수도권 외곽에는 산업단지 업무단지 등이 많이 조성돼 있다.

그는 도심 복합개발은 계속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장으로 출근하기 쉬운 데다 시설 및 운영 관리가 제대로 되는 까닭에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박 지사장은 “상업 및 부대시설을 어떻게 개발·운영하느냐에 도심 복합개발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타운화된 복합시설이 한국에 들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모리빌딩도시기획의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 지사장은 10년 전 모리빌딩에 입사해 2010년부터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을 맡아 종합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몰,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용산역 아이파크몰, 종로 그랑서울 등을 컨설팅했다.

조성근 / 설지연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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