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하 회장의 24년 뚝심…'혁신 신약' 금맥 찾다

입력 2016-09-21 17:50  

JW중외제약, 항암제 등 신약 후보물질 대거 공개
C&C연구소엔 글로벌 제약사 능가 기술 플랫폼 구축



[ 박영태 기자 ]
JW중외제약이 글로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대거 공개했다. 일본 쥬가이제약과 합작으로 세운 C&C신약연구소에서 이뤄낸 성과다. 전임상(동물실험) 중인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를 비롯해 이 연구소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8종이다.

JW중외제약은 이를 계기로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등의 혁신 신약 개발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치료제가 혁신 신약이다. 이경하 JW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C신약연구소를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 길리어드 같은 글로벌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24년 뚝심으로 일궈내다

C&C신약연구소는 1992년 설립된 국내 최초 바이오 합작 벤처기업이다. 1989년 7월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제주에서 열린 한·일 합동 암치료학회에서 나가야마 오사무 쥬가이제약 회장에게 신약 연구개발(R&D)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두 사람은 한국의 우수한 인재와 쥬가이제약의 신약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 계열인 쥬가이제약은 일본 4위 제약사다. 항체와 암 치료제 분야에선 일본에서 독보적이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회장은 1998년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사업에 나섰다.

JW중외제약과 쥬가이제약은 지금까지 C&C신약연구소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두 회사가 50 대 50 비중으로 신약 개발자금을 댔다. 이 회장은 “1970년대부터 거래를 터온 두 회사의 신뢰 덕분에 오랜 기간 R&D 합작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맥 위치 찾은 격”

C&C신약연구소의 강점은 독창적인 핵심 기술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00여종의 암 세포주 등 유전체 데이터베이스(DB), 신약물질 DB, 암세포 줄기세포 등 바이오뱅크, 분자설계 프로그램 등이 핵심 경쟁력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신약 개발 기반을 20여년 만에 갖춘 셈이다. 이 회장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만 알려지면 이른 시일 내에 치료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8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후보물질 도출과 전임상 기간도 크게 단축했다.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와 항암제 등 혁신신약 후보물질 2종을 개발하는 데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혁신 신약 본격 개발

이 회장이 이날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2013년 7월 미국 박스터와 3500만달러의 수액 기술수출 계약을 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지난해 8?JW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다. 이 회장이 이날 행사에 나선 것은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강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혁신 신약 개발에 승부를 걸어왔다. C&C신약연구소에 이어 2000년엔 미국 시애틀에 현지 연구소인 JW세리악을 세웠다. 저분자 화합물 분야의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서다.

C&C신약연구소가 신약 후보물질로 확정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표적항암제 등 2종은 내년 말께 임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외 제약사들과 협업하는 등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 혁신 신약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고치는 신약.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밝혀내고 이를 치유하는 물질을 찾는 후보물질 탐색을 거쳐 동물실험을 하는 전임상,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1·2·3상 단계를 밟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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