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장벽 약한 곳서 '앞서기 전략' 주효
한국서도 온라인 스타트업 급부상할 것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텐센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2위는 텐센트, 한국 기업 삼성전자는 5위다.
알리바바가 창업한 1999년, 텐센트가 창업한 1998년, 즉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세상의 화두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경우보다 오프라인 기반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오프라인 상점이 없던 아마존닷컴, 이베이, 프라이스라인이 시장 선두 기업이 됐다. 월마트나 기존 백화점은 오히려 시장을 잃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터파크와 롯데인터넷백화점이 같은 시기에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인터파크가 더 큰 성공을 거뒀고, 인터파크는 자회사 지마켓까지 성공시켜 오픈마켓 시장마저 장악했다. 기존 기업인 홈쇼핑 회사는 온라인 오픈마켓에 진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 ? 서점도 마찬가지다. 종로서적은 전자상거래에 나섰지만, 오프라인 서점마저 아예 폐업했다. 교보문고도 온라인 서점을 열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온라인 서점 1위 기업은 오프라인 서점이 없던 예스24다. 미국 역시 기존 오프라인 서점 보더스는 파산했고, 반스앤노블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처음부터 지금까지 1위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이 없던 아마존닷컴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20년 전에 많은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기술장벽이 존재하고 사업 운영에서 보완 자산의 중요성이 낮아야 하는데, 대부분 온라인 비즈니스는 기술장벽을 치기가 어려웠다.
물론 오버추어나 프라이스라인 같은 기업은 강력한 비즈니스 방법 특허로 진입장벽을 치는 것이 가능했지만 대부분 온라인 비즈니스는 기술장벽이 약했다. 기술장벽이 약하고 보완 자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는 온라인 비즈니스는 끊임없이 앞서나가는 이른바 런(Run) 전략을 펼쳐야 하는데 아마존, 구글 등이 대표적으로 앞서나가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사례다. 아마존은 파이어 폰을 실패하고 구글은 구글 글라스와 오쿳, 구글 플러스 등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런 전략은 이들이 여전히 선두 기업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다.
기술장벽이 약하고 보완 자산이 매우 중요한 분야는 순수 온라인 기업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물류 창고나 배송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여겨진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우 빨리 보완 자산을 확보하거나 보완 자산을 가진 기존 기업과 제휴 또는 합병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 ? 그러나 한·미·일·중 모두 전자상거래 기업은 기존 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지배했다. 스타트업들은 사업에 중요한 보완 자산을 투자금을 통해 조달했다.
왜 기존 기업보다 스타트업이 더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는 경영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스타트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일본, 미국, 중국에서 검증된 일이다. 중국의 시가총액 1, 2위 기업은 모두 20년 전에 존재하지 않은 기업이고, 당시에는 기업이라고 여겨지지도 않은 온라인, 디지털 기업이다. 한국도 네이버가 일본에 상장된 라인까지 시가총액에 더하면 한국 시가총액 2, 3위를 다툰다. 온라인, 디지털 비즈니스는 거품이 아니고, 중국 시가총액 1, 2위 기업을 휩쓸고 있다. 미국도 온라인 기업 구글이 시가총액 2위로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비해 한국은 아직 온라인 기업의 힘이 약하다. 네이버가 1위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은 중국과 미국보다 한국에서의 디지털 혁신이 늦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20년 후, 지금의 스타트업 중 몇몇이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위협하고 있을 것이고, 그래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스타트업을 주목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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