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현 DJI 코리아 대표 "하늘서 찍는 셀카 인기…'인생골' 영상도 문제 없죠"

입력 2016-09-22 10:34  

DJI 코리아 대표 취임 6개월…국내 드론 콘텐츠 활성화 나선 문태현 대표
"콘텐츠 많아야 수요 생기고 저변 넓힐 수 있어"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세계 최초 DJI 실내 비행장 설립
창립 10주년 DJI, 한국 법인은 해외 사업 선례 만드는 역할

"촬영 기술이 DJI 무기…산업용 드론 시장선 항공 촬영 사례부터 알려야"




[ 박희진 기자 ] "'인생골(Goal)'을 영상으로 담는 일, 근사하지 않나요?"

취미는 축구와 드론(무인항공기), 직업은 DJI 코리아 대표다. 좋아하는 축구와 드론을 얘기하는 문태현 대표(32·사진)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드론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조기축구 회원도 축구 선수처럼 하늘에서 찍은 골 영상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의 표정에서 꾸며낸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축구뿐만이 아니에요. 골프, 승마, 서핑같은 스포츠 동호회에서도 드론에 대한 수요가 많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방송국 카메라가 찍어준 인생골 장면을 몇번이고 돌려볼 수 있잖아요. 아마추어나 옴H?회원들도 그런 욕구가 있거든요. 정말 멋진 골이나 샷이 나왔을 때 '아, 이거 누가 찍어줬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하죠."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문 대표는 늦더위가 기승인 날씨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땀을 닦으며 뜨거운 커피를 쭉 들이킨 그는 "이렇게 해야 잠이 깹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DJI 코리아 대표로 지낸 지 반년. 그는 여전히 바쁘고 잠이 부족했다.

중국 최대 드론업체인 DJI는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린다. 일반 드론 기준 전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한다. 문 대표는 지난 3월 DJI 코리아 법인 설립과 함께 대표에 취임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DJI 코리아는 DJI 역사에 남을 굵직한 일들을 해냈다. 3월 서울 홍대 앞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 실내 드론 비행장 'DJI 아레나'를 개장했다. DJI의 실내 비행장은 전세계 최초이며 플래그십 스토어는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에 이어 두 번째다.

"DJI 아레나는 이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다져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개장 당시 외신들의 관심이나 반응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때보다 더 뜨거웠어요.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꾸준히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레나 개장 후 국내에서 DJI 인지도도 더 많이 올라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요."

DJI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DJI와 각국 법인들은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엔 DJI 10주년 기념 사진집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드론솔루션 전문업체인 드론프레스의 한국인 작가가 찍은 작품도 담겨 있다.

"9개월 전 즈음 10주년 사진집을 처음 기획할 때만해도 국내에서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사이 드론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지금은 온라인에서도 좋은 작품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얼마 전 어떤 분이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하는 장면을 드론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걸 봤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10주년 사진집에 실린 대부분 사진은 미국이나 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촬영용 드론이 일찍이 대중화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들 지역이 아닌 한국에 DJI가 플래그십 스토어와 비행장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시장 크기보다 잠재성을 더 중요하게 봤어요. 그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흡수성이 빠르냐가 관건이었죠. 중국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접근성이나 시차도 고려했습니다.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 비행장인만큼 빠른 성공보다 경험과 선례를 축적하는 데 더 의미를 뒀던 셈이죠."

한국에 대한 투자는 DJI가 고민 중인 드론 콘텐츠 확산과 연결된다는 게 문 대표의 얘기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고 모바일 기기와 SNS를 즐겨 쓰는 한국인들의 성향이 콘텐츠 확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설명이다.

DJI는 드론 생태계를 키우고 산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 콘텐츠 확산에 힘쓰고 있다. 콘텐츠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드론을 어떻게 쓰는지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수요가 생길 것이란 판단에서다.

"콘텐츠가 늘어나려면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드론에 관심을 갖고 많이 써야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여행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남기는 데 스마트폰을 쓰는 것 처럼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셀카 문화가 자리를 잡았듯 드론으로 셀프 항공 영상과 사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DJI가 콘텐츠를 강조하는 데는 '촬영용 드론'이란 분명한 제품 콘셉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DJI는 드론을 만들면서 일반인들도 항공 촬영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알게됐다. 이후 드론 '팬텀2'에 고프로의 카메라와 카메라 수평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짐벌을 처음 달았다. 2010년말부터 항공 촬영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짐벌 기술을 바탕으로 '오즈모' 같은 촬영 장비로 제품군을 넓혀갔다.

"신규 사업자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고품질의 항공 촬영이 가능한 드론은 DJI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앞으로 10년은 촬영용 드론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드론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저희가 직접 예시를 보여줄 수도 있고요. 스포츠,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늘려갈 수도 있겠죠."

산업용 시장에서도 DJI는 어디까지나 촬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문 대표는 강조했다. 택배용 드론처럼 카메라를 떼고 다른 기능을 넣어야 하는 제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산업용 드론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체 개발보다 정보 전달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각 업계에서 드론을 어떻게, 왜 써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업에서 항공 촬영의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우선인 셈이죠. 이를 위해 개별 업체나 지자체 등과 함께 꾸준히 드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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