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한국 교육의 불편한 진실…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입력 2016-09-22 17:29  

풀꽃도 꽃이다 1·2

박인숙 < 삼천포도서관장 >



하늘이 청량하고 곡식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가을의 문턱 9월, 책 향기 가득한 ‘독서의 달’을 맞아 책과 더불어 자신만의 특별한 가을을 만들어보자.

《풀꽃도 꽃이다 1·2》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을 출간한 우리 시대 최고 이야기꾼 조정래 작가가 교육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정글만리》 집필을 끝낸 직후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각급 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가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뒤 펴낸 신작이다.

작가는 손자들이 사교육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면서 비감한 심정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한다. 또 ‘강력한 교육 민주화’의 의미를 담아 지은 주인공의 이름 ‘강교민’에 이 작품의 주제가 담겨 있다며 모두가 그 길로 함께 나아가기를 소망한다고 설명한다.

소설은 1권에서 사교육의 폐해를 보여주고, 2권에서는 새 빛의 배움터(대안학교, 혁신학교)를 교육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며 희망의 빛을 전한다. 주인공 강교민은 무너진 공교육 실태 속에서도 꿋꿋이 신념을 지키는 고교 국어교사다. 아이들에게 항상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희망은 우리 자신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란 걸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긴장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해 교장실을 찾은 강교민은 학생들이 성적에 연연해 행복하지 못한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항변한다. 학생들에게는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함을 역설한다. 강교민은 학교 내 폭행 사건 때문에 열린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가난을 이유로 공공연히 학교 폭력을 당하다 폭행을 저지르고 만 ‘불량 학생’ 배동기를 위해 나선다. 교감과 생활지도부장을 간곡히 설득해 가까스로 제자의 퇴학을 막는다.

학교폭력위에서 그가 인용한 페스탈로치의 유명한 격언은 한국 사회의 교육자가 걸어갈 방향을 보여준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교육은 처벌이 아니라 용서이고 보살핌이고 사랑입니다. 교육자는 제2의 성직자여야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음을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듣고 공감하고 있다.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를 비롯해 이들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자들을 포섭하며 기성세대가 구축한 환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 시대 청소년들의 아픔이 소설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득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라고 한 교육가 닐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는 장면들로 인해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임을 인정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임무요, 미덕임을 되새기며 저마다의 ‘강교민’을 떠올려 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정래 지음, 해냄, 1권 397쪽·2권 399쪽, 각권 1만3800원)

박인숙 < 삼천포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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