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세쓰오 지음 / 김정환 옮김 / 한스미디어 / 392쪽│1만7000원
[ 양병훈 기자 ] ‘초고령사회’라는 말은 지금까지 부정적인 어감으로 읽힐 때가 많았다. 사회가 큰 비용을 들여 막대한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가 부각돼서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인구 구조가 지금껏 없었던 형태로 변한다는 건 여태껏 없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의 사카모토 세쓰오 총괄프로듀서는 《2020 시니어 트렌드》에서 “고령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고령자에 대한 기존의 시각은 ‘경제력이 부족해 소비자로서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고령층의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 2008~2015년 일본의 40대 이상 인구를 정밀조사한 결과 “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려고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 저자는 “50대 이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비즈니스도, 국가 정책도 올바르게 시행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기존 시각을 무너뜨리고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주목하는 현상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다. 이들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정년퇴직’과 ‘자녀의 독립’이라는 사건을 맞이한다. 그러면 자녀에게 헌신하던 지금까지의 삶을 뒤로하고 새로운 인간관계에 들어간다. 이 영역에는 혼자를 포함해 어른 두 사람, 친구·동료, 어머니와 딸, 손자와 조부모 등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보이고 이에 따라 소비 패턴도 변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새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세대 간 교류’다. 지금까지는 ‘세대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세대 교류가 수많은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소비를 창출한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호자와 피보호자이던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성인 여성 간 관계로 변한다. 이들은 함께 쇼핑하러 다니거나 여행을 떠나고, 최신 트렌드·패션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자연히 이에 맞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생긴다.
이런 현상에 따라 10년쯤 전부터 ‘모녀 소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딸뿐만이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편견을 버리면 새로운 시장이 보인다”며 “새로운 ‘어른 소비’가 차세대 경제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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