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떨어지면 원리금 한 달 내 갚을 것"
애큐온캐피탈도 비슷한 조건…"유동성 위기 올수도"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22일 오전 3시17분
산은캐피탈과 애큐온캐피탈(옛 KT캐피탈) 등 일부 캐피털회사가 유동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조건을 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자사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붙은 채권이다. 당장 이자비용을 아끼려는 의도지만 자칫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은캐피탈은 지난 7월21일 채권 12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풋옵션을 제공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 가운데 한 곳 이상이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 이하로 떨어뜨리면 한 달 안에 원리금을 갚아주겠다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이 산은캐피탈 경영권을 매각하면 채권값이 급락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요구한 결과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두 차례 산은캐피탈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산은캐피탈이 올 2월부터 현재까지 이 같은 조건으로 발행한 채권 잔액은 4600억원에 달한다.
애큐온캐피탈도 지난 6월1일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내용의 풋옵션을 투자자에게 제공했다. 4월부터 신용등급 관련 풋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행한 채권은 모두 800억원어치다.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JCF가 경영권을 가져간 뒤 채권 발행금리가 상승하자 이자비용을 아끼려는 조치였다. JCF는 작년 8월 KT에서 애큐온캐피탈 지분 100%를 2290억원에 인수했다. 애큐온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로 2013년 ‘AA-(안정적)’에서 두 단계 떨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은 풋옵션부 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신용등급 하락이 회사에 새로운 재무적 부담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캐피털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출자산이 부실해지고 자동차금융 경쟁도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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