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한농 토마토 사업 막았더니…"반값 상품 쏟아져 농민들 되레 피해"

입력 2016-09-22 18:41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후폭풍'

팜한농 "전량 수출 약속" 농민들 못 믿고 반대해
새 주인은 대형마트에 팔아…"농민 떼법은 농민도 손실"



[ 노경목 기자 ]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농장사업이 농민단체의 반대로 지난 21일 최종 좌절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는 것은 농민들에게도 손실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화성 화옹간척지에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온실을 조성했다가 2013년 토마토 농사를 포기한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농업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수출이 부진해 생산한 토마토가 국내 시장에 풀렸고, 결국 농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농업계에 따르면 팜한농 유리온실에서 생산되는 토마토의 80% 정도가 국내 시장에 풀리고 있다. 2012년 팜한농이 467억원을 투자해 축구장 15개 크기인 10만5000㎡ 면적에 조성한 유리온실에서는 새 주인인 우일팜이 올초부터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한 해 생산되는 토마토는 5000t으로 국내 전체 토마토 생산량(49만t)의 1% 정도다.

우일팜이 생산한 토마토는 대형마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당 1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당 3000원 정도인 토마토 소매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유리온실에서 햇볕의 양과 온도·습도를 자동 조절해 단위 면적당 토마토 생산량을 일반 농가 대비 3~4배 늘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현철 토마토생산자협회 회장은 “우일팜 직원들이 신분까지 숨겨 가며 대형마트와 접촉해 토마토를 납품하고 있다”며 “그만큼 다른 토마토 농가의 대형마트 판로는 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온실사업을 포기하기 전 팜한농은 생산한 토마토를 전량 일본 등에 수출하고 수출하지 못한 물량은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팜한농 관계자는 “토마토 폐기는 자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우일팜이 설비를 인수하긴 했지만 수출이 가능한 수준까지 토마토 품질을 끌어올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팜한농은 산하의 작물보호연구센터 등을 통해 토마토 품질과 관련된 별도의 연구개발을 했다. 일본 쪽 판로도 팜한농이 사업을 포기한 이후 상당 부분 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팜한농의 농업 진출을 격렬히 반대하던 농민단체는 우일팜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우일팜이 중소기업이다 보니 이슈화가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화성=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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