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중국, 상업용 선도…미국, 민간용 시동…한국, 걸음마 단계

입력 2016-09-23 17:22  

NIE 포인트

미국과 중국이 드론 분야에서 앞서고,
한국이 뒤지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 신동열 기자 ] 반 세기 전만 해도 드론(무인 항공기)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법한 비행물체였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드론은 군사용에서 상업용으로 그 쓰임새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드론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드론분야에선 후진국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드론산업에서도 자동차나 스마트폰 못지않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발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관련 규제를 풀고 단단히 준비해야 드론산업의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

드론을 신상품으로 키우는 중국

드론(drone)은 ‘벌이 웅웅거리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인항공기 개발은 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8년께 미국이 제작한 ‘버그’가 최초의 드론이라는 설이 있고, 1930년대 초 영국이 제작한 ‘여왕벌’이라는 무인기가 처음이라는 설도 있다. 무인기가 군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시徘?것은 20세기 후반이다. 군사용 무인기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1962년 고(高)고도 정찰기인 U2가 당시 소련에 의해 격추된 사건을 계기로 무인 정찰기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스라엘은 1982년 무인기 ‘스카우트’를 개발, 시리아가 발사하는 미사일을 역추적해 레이더 기지 위치를 알아내는 데 활용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드론산업을 키운 대표적인 나라다. 중국은 1996년 드론 운항의 안정성과 산업적 개발을 고려한 각종 법률규정을 ‘민용항공법’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드론 전용비행구역을 설정하고, 7㎏ 이하 무인기는 조종사 자격증명이 필요없도록 했다. 최근 들어 안전과 보안 문제 등으로 드론 규제를 강화하기까지 20년 가까이 중국의 드론산업은 ‘규제 없는 자율성장’을 한 셈이다. 중국이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의 불간섭 정책’ 영향이 크다. 중국 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DJI의 매출은 2015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와 제휴해 만든 팬텀시리즈는 4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로 가격대도 다양하다. 2위 기업은 프랑스 패럿, 3위 업체는 미국 3D로보틱스다.

상업용 드론에 ‘길 열어준’ 미국

중국이 드론에 일찌감치 ‘길’을 열어준 데 비해 미국은 군사용에는 길을 터주고, 상업용은 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아마존 등 유통업체들이 드론 배달을 허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안정성, 보안성 등을 이유로 상당 기간 규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번에 상업용 드론 운항을 허용하는 규정을 발효함으로써 드론산업이 급팽창할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드론과 관련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드론 진흥책’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미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세계 드론 판매 대수는 올해 취미용 190만대, 상업용 60만대 등 250만대에서 2020년께에는 취미용 430만대, 상업용 270만대 등 연간 7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은 2025년께 연 127억달러(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 추산)로, 취미용까지 포함하면 82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은 새롭게 형성될 산업생태계에서 주도역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상업용 드론 개발과 관련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미국의 규제 완화로 드론시장 선점을 위한 선도국가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시장에서 낙오될 위기의 한국

한국은 IT강국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다. 하지만 드론산업에 관한 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드론산업 육성에 관해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5월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드론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정도다. 중뮈?비하면 산업은 10년, 정부정책은 20년 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드론업체는 약 1200개가 등록돼 있으나 제대로 매출을 내는 곳은 20~30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드론은 핵심 기술보다는 시장에 맞는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충분히 경쟁할 만한 분야라는 것이다. 드론산업이 스마트폰 못지않은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고기능 센서, 추락에 대비한 에어백이나 낙하산, 비행금지 자동설정 장치, 충돌방지 장치, 고기능 카메라, 사생활보호 소프트웨어 등 관련 분야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드론산업을 움츠러들게 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기업들은 드론분야 경쟁력을 과감히 키워야 한다. 그래야 막 시작된 드론 혁명에서 낙오하지 않는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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