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청구 놓고 길어지는 검찰의 고민

입력 2016-09-23 18:16  

"구속할 만큼 혐의 뚜렷하지 않아"…기각땐 자칫 '무리수' 비판 우려도

검찰 내부서도 이견
자택 수색 등 타깃 정했으나 "각계 주장 경청해 결정할 것"
한발 뺀 듯한 뉘앙스 풍겨

경제에 미칠 파장 등 고려…수뇌부서 신중론 얘기도



[ 박한신 기자 ] 롯데그룹을 100일 넘게 수사 중인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지 사흘이 지난 23일에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신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토 중인데 오늘 결정나지 않을 것 같다.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피말리는 날들’은 다음주까지 이어지게 됐다. 신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데다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무리한 수사였다는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수사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해왔다. 지난 6월10일 1차 압수수색 당시 이례적으로 신 회장 자택을 포함해 ‘타깃’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에도 “이번 수사의 목표는 신 회장의 최종적인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 회장 소환조사 하루 전인 지난 19일 수사팀 관계자는 “신 회장의 신병처리는 수사팀 논리뿐 아니라 재계 등 각계 주장을 모두 경청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21일에도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하면 경솔하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고민을 내비쳤다.

법조계에서는 신 회장의 혐의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검찰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로 꼽는다. 검찰은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가 무겁다는 판단이지만 정상적 절차를 거친 경영상 판단이거나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신 회장 측 주장과 법리 다툼의 여지가 적지 않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 조사 후 “대기업 총수는 구두로 보고받고 서면 결제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신 회장의 혐의로 볼 때는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를 떠나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단 법원에 공을 넘길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기각 위험을 안고 명분쌓기용으로 청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일 넘게 수사해온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하는 반면 대검찰청 수뇌부에서는 경제에 미칠 영향과 영장 기각 시 파장 등을 고려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영권 향배 등은 구속영장 청구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구속수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23일로 105일째를 맞은 롯데 수사 자체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압수수색부터 講玲?수사관 240여명을 동원한 기세와 달리 수사가 계속되면서 주요 임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신 회장의 영장 청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애초 검찰이 말한 오너 일가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의혹도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롯데 수사를 영화에 비유하면 결말에 임박할 때까지 단역들만 출연하다가 마지막에 주연 배우가 잠깐 등장하는 흐름”이라며 “부실수사로 지적받는 지난해 포스코 수사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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