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명/정소람/이지훈 기자 ] 2001년 이후 다섯 번째 시도하는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의향서(LOI) 접수가 23일 마감됐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6%) 중 30%가량을 최소 4%, 최대 8%로 나눠 파는 이번 예비입찰에 국내외에서 18곳이 뛰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LOI를 제출한 투자자 가운데 최소 두 곳 이상이 8% 지분을 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날 LOI를 제출한 곳 상당수가 장기적인 경영 참여에 뜻을 둔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라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본입찰과 최종 낙찰자 결정 과정에서 주주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은 단일 투자자에게 경영권 지분(30% 이상)을 파는 게 아니다. 여러 투자자에게 지분을 쪼개 팔고,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기로 했다. 투 愍米關?완전한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흥행이 안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18곳이 과점주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단 흥행엔 성공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전에 파악한 잠재 수요보다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며 “이대로라면 본입찰도 충분히 흥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구성을 보면 SI가 6~7곳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이 예비입찰에 나섰고 일본 오릭스그룹도 뛰어들었다.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은 직접 나서는 대신 동양생명을 통해 우회적으로 참여했다. 대림산업 등 국내 몇몇 기업도 자산운용사를 통해 지분인수에 나섰다. PEF도 대거 몰렸다. 국내에서는 보고펀드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등이 LOI를 냈다. 해외에선 베어링PEA,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CVC캐피털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중동계 펀드 A사도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베어링PEA엔 중동 국부펀드가 출자자(LP)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확한 인수 가격과 희망 지분은 본입찰 때 제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곧바로 예비입찰자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산업자본 참여 여부와 함께 각 투자자의 결격 사유 등을 살펴본 뒤 실사 기회를 줄 계획이다.
예비입찰에 SI보다 FI가 많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실제 흥행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FI들의 입질이 많았다”며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중도 포기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지분 매각 공고가 나온 뒤 우리은행 주가는 1만원대 초반에서 이날 1만1350원으로 10% 이상 올랐다.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투자자의 지분 매각을 일정 기간 제한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투자자의 경우 1년, 추천하지 않는 투자자의 경우 6개월간 지분 매각을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정했다. 차익실현이 주된 목적인 FI들이 과점주주의 다수를 차지하면 내년께 주주 구성이 일시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본입찰과 최종 낙찰자 선정 때 FI와 SI를 전략적으로 안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정소람/이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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