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일본 리쓰메이칸대 히가시야마 아츠키 교수(사진)와 오사카대 아다치 고헤이 교수는 몸 자세에 따라 인간의 눈이 물체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다소 엉뚱한 주제를 연구했다. 두 사람은 같은 거리에 떨어진 물체도 서서 볼 때와 상체를 굽혀 다리 사이로 볼 때 거리와 크기가 달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의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지는 22일(현지시각)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강당에서 두 사람에게 올해 ‘이그(Ig)노벨상’ 지각(知覺)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괴짜 연구에 주는 일종의 ‘엽기 노벨상’으로 불리지만 두 사람의 연구는 2006년 국제학술지 비전 리서치에 발표된 정식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90명에게 상체를 굽히게 하고 다리 사이로 거리 2.5~45m 떨어진 높이 32~163㎝ 물체 5개를 관찰하게 했다. 연구 결과 머리를 아래로 하면 크기 변화에 민감해지고 같은 거리에 떨어진 물체도 더 가까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 몸이 각 부분이 어디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는지 뇌에 전달하는 ‘고유 수용성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두 사람 외에도 생식학·의학·생물·평화 등 모두 10개 분야의 괴짜 연구자 상을 받았다. 생식상은 얼마전 고인이 된 이집트 비뇨기과 전문의 고(故) 아메드 샤픽 전 카이로대 교수가 받았다. 실제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샤픽 교수는 쥐에게 100% 폴리에스테르 바지를 입혔을 때가 100% 면화나 울로 만든 바지를 입혔을 때보다 생식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의학상은 몸 왼쪽이 가려운 사람이 거울에 비친 몸의 오른쪽을 긁으면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리스토프 헬름헨 독일 뤼벡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고든 페니쿡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원은 ‘심오해 보이는 헛소리’라는 연구를 통해 지능이 낮고 사색을 적게 하는 사람일수록 이지적인 것처럼 포장된 헛소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내 평화상을 받았다.
심리학상은 거짓말쟁이 1000명을 분석한 결과 청년기 때 거짓말이 가장 심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미국·캐나다·독일·벨기에 과학자에게, 화학상은 미국에서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폭스바겐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199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롬 프리드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비롯해 실제 노벨상 수상자 5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진짜 노벨상은 상금이 분야별로 100만달러(약 11억원)에 이르지만 이그노벨상은 총 상금으로 지금은 사용이 중지된 10조 짐바브웨달러(440원)를 준다.(끝)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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