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줄여 생산성 높이고 간병·육아부담 덜어 인재 확보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도 탄력근무로 '업무 혁신' 확대
[ 홍윤정 기자 ] 일본에서 ‘주4일 근무제’ 등 근무시간을 파격적으로 조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직원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는 제도를 속속 내놓은 데 이어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목표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후재팬 등 주4일제 도입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이 일본 전체 종업원 5800여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야후재팬은 사전 준비 단계로 현재 1주일에 이틀인 휴일을 토·일요일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뒤 1주일에 3일을 쉬도록 근무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다.
미야사카 마나부(宮坂學) 야후재팬 사장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 시간과 생산성의 문제는 중요한 경영 테마”라며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야후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의 새로운 근무제 시행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출산과 육아가 큰 부담인 만큼 주4일 근무제 도입이 잦은 이직과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를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이 특정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지역 정사원’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이 붐비는 주말 근무시간을 늘리고 평일 하루를 추가로 쉬는 방식이다. 정미 기계제조업체인 사타케도 본사와 계열사 직원에게 시험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근무시간 유연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기업의 주요 과제다.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주4일, 총 30시간 일하는 시간선택제(파트타임) 근로자를 새로 모집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근무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주 3~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근무 형태 파격도 잇따라
주4일 근무제뿐 아니라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 유연화 등 근무 방식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월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본사 전체 직원 7만2000여명 중 입사 5년차 이상 사무직과 기술직 직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면 된다. 일본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도 한 달에 최대 5일간 재택근무를 인정해준다. 일본 위스키 제조업체인 산토리 직원들은 1주일 중 며칠을 사무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은행권도 재택근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미쓰비시(三菱)도쿄UFJ은행은 올해 7월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미즈호은행도 올해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직원에게 유연한 근무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 유능한 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도 근무형태 파격을 독려하고 있다. 근무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현재 4%인 재택근무 이용률을 2020년까지 1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근무제도를 다양화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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