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우체국보험 등 보장특약 단계적 축소
[ 박신영 기자 ] 국내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쇼핑과 병원의 과잉 진료가 맞물리면서 상품을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연금·저축성 보험의 특약으로 내놓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실손보험 단독으로는 가입할 수 있지만 특약으로 가입하려면 종신·보장성 보험에 처음 가입할 때만 가능하다. 한화생명은 보험료 납입을 시작한 뒤 중간에 추가로 특약에 가입할 수 있는 ‘중도 부가’ 기능도 없앴다. 현대해상도 지난해부터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실손보험을 팔지 않고 있다.
상당수 외국계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AXA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PCA생명, 라이나생명, ING생명, AIA생명 등은 몇 년 새 실손보험 판매를 차례로 중단했다. 우체국 우정사업본부도 지난 6월 90% 보장형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는 80% 보장형 상품과 90% 보장형 중 특약 상품만 판매 중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민간 보험사 설계사들 ?단독 실손보험 상품을 자사 상품이 아니라 우체국 상품 가입을 유도하면서 가입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건 최근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손해율이란 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 평균 손해율은 130%에 육박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한 건 병원의 과잉 진료와 소비자의 의료 쇼핑 탓이다.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보다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의 지급보험료가 높은 점을 이용해 비급여 항목 위주로 과잉 진료를 일삼고, 일부 환자도 보험금을 더 타낼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보험회사들은 실손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의료 쇼핑 및 과잉 진료를 막을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보험사도 자구 차원에서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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