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언론에서 좀 잘 도와주세요.”
최근 새만금의 스마트농장 사업을 접은 LG CNS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나 새만금개발청 공무원들과 통화할 때마다 들은 말이다. “민간 기업 혼자서는 힘드니 농식품부에서 도와주시라”고 하면 “우리가 나섰다간 어떤 욕을 들을지 몰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소 기업 자본유치를 통한 농업 혁신을 부르짖던 농식품부의 고위 공무원은 “누구 목 날아가는 거 보고 싶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기업의 농업 진출과 관련해 방관할 처지가 아니다. LG CNS와 2013년 토마토 유리온실을 포기한 팜한농(옛 동부팜한농) 모두 농식품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땅을 임차하거나 사들였다. 새만금과 유리온실이 들어선 경기 화성의 화옹간척지는 모두 농식품부가 주도한 간척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농식품부는 땅을 분양할 때까지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환경단체의 반대를 뚫고 혈세를 투입해 조성한 간척지가 대개 인기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2007년 조성이 끝난 화옹간척지에 만들어진 유리온실 주변은 지금도 황무지다. 새만금은 별도의 개발청까지 설립했지만 잇따른 대기업 투자 불발로 분양이 지지부진하다. 바다를 땅으로 바꾼 만큼 염분이 남아 농사를 짓기 쉽지 않고 주변 인프라가 취약해 기업들도 입주를 꺼린다.
하지만 막상 이를 활용해 농업에 진출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면 모든 부담은 해당 기업에 미룬다. 농민단체들은 스마트농장과 관련해 “같은 LG그룹 계열사인 팜한농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다”며 으름장까지 놨다. LG CNS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던 군산시는 반대에 못 이겨 물러섰다. 이 와중에 농식품부는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호재를 부풀려 땅을 파는 이들을 가리켜 ‘기획부동산’이라고 한다. 농식품부부터 나서지 않는 이상 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농식품부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땅만 분양하고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않는 농식품부가 기획부동산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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