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정치의 '두 얼굴'…정치 투쟁? 국면 전환용?

입력 2016-09-27 18:44  

단식의 정치학

YS, 23일 단식후 가택연금 해제…1987년 민주화 이끈 촉매제 역할
최근엔 정파 이익관철 수단으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력받는 정세균 의장도 야당 대표 때 단식



[ 홍영식 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7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사진)의 단식 농성에 대해 “타고 있는 불안한 정국에 휘발유를 부은 것”이라며 “정치쇼”라고 했다. 초유의 여당 대표의 단식에 비판과 함께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을 벌인 이 대표는 “며칠 정해놓고 하는 식으로 장난처럼 할 거였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결기를 보였다.

정치인의 단식 농성은 역사가 길다. 짧은 시간에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어서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1983년 5월 민주회복과 정치복원 등 5개 항을 내걸고 23일간 단식을 벌인 것은 유명하다. 단식이 1주일 넘겨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전두환 정부는 YS를 서울대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YS는 단식 끝에 가택연금 해제를 받틂쨈? 이 단식은 민주화 세력이 총집결해 1987년 민주화를 이끈 촉매제가 됐다고 YS는 생전에 회고했다. YS가 정권을 잡은 뒤 공수가 뒤바뀌었다. 내란죄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감옥에서 20여일간 단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여권에 내각제 포기, 정치 사찰 중단, 지방자치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1987년 5월 4·13 호헌 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15일간 곡기를 끊었다.

단식은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수단었으나 이후엔 정파적,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새누리당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정 의장은 2009년 7월 민주당 대표 때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5일간 단식했다. 2003년 11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측근 비리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며 17일간 음식을 먹지 않았다. YS는 단식투쟁장을 찾아 “굶으면 죽는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됐다.

서청원·정진석 새누리당 의원과 권철현·전재희·박종웅·정태근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도 각각의 이유로 단식을 벌인 적 있다.

야권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26일간 단식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강기갑·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이런저런 이유로 단식 농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식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당내 단합을 이루고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YS의 사례에서 봤듯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반면 정치 지도자가 국면전환용 또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단식이라는 강경책을 선택한다는 지적도 있다. 협상력과 대화, 소통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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