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 수익성 악화되자 렌털사업 '성장성'에 주목
작년 KT렌탈 놓치자 과감한 베팅
글랜우드 컨소시엄, 동양매직 인수 2년만에 두 배 차익
[ 이동훈/유창재 기자 ] 올 하반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주목받은 동양매직을 SK네트웍스가 인수할 전망이다.
동양매직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글랜우드PE와 NH PE 컨소시엄은 27일 시행한 매각 본입찰에서 경쟁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낸 SK네트웍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측은 당초 각 인수 후보가 제시한 가격 등을 검토해 주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K네트웍스가 6000억원이 넘는 인수 가격을 적어내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본입찰에는 현대홈쇼핑과 유니드-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AJ네트웍스-IMM PE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지만 5500억원 이상을 써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과 CVC캐피털파트너스, 베인캐피털은 본입찰에 불참했다.
○성장동력 발굴 시급한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 인수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기존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에너지 유통 사업의 경우 올 상반기 3조718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188억원에 그쳤다. 0.5%에 불과한 수익률이다. 정보통신 사업부의 매출 대비 순이익률도 1.23%에 그쳤다.
그나마 자동차 렌털업의 순이익률이 4.46%로 가장 높았지만 매출은 3459억원에 그쳐 전체 실적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패션사업은 8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회사는 패션사업 매각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SK네트웍스는 렌털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IB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렌털업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KT렌탈(현 롯데렌탈) 입찰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했지만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경매호가 방식으로 가격 높이기에 들어가자 불참을 선언하며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동양매직 인수 때는 각오부터 달랐다. KT렌탈로 악연이 있던 CS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글랜우드, 블라인드 펀드 결성 청신호
글랜우드PE와 NH PE는 2014년 2800억원에 동양매직을 인수했다. 600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SK네트웍스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면 2년 만에 3000억원 넘는 매각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내부수익률(IRR)이 5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매직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에 자금을 댄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우리은행 등 기관투자가(LP)와 중순위 대출을 제공 ?큐캐피탈파트너스, 아주IB투자 등도 높은 투자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랜우드PE는 블라인드 펀드 결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라파즈한라시멘트 등 알짜 매물을 발굴해 투자에 성공한 데 이어 ‘사모펀드(PEF) 투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금 회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내 LP로부터 신뢰를 받게 돼서다.
글랜우드PE는 골드만삭스 출신 이상호 대표가 맡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차남이다. 이 부회장의 장남인 이상훈 대표는 최근 세계 5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아시아 대표로 선임되기도 했다.
NH PE도 지난해 1월 NH농협은행 PE단과 NH투자증권 내부 PE 부서가 합쳐져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뒤 첫 성과를 내게 됐다. 이번 동양매직 매각에는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동훈/유창재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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