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300만 수도권‥지진 재난문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입력 2016-09-29 08:46   수정 2016-09-29 09:59

경주 지진, 아직 남일처럼 느껴지시나요?
수도권 혹은 전국 재난문자 발송, 가능한가요?

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래빗' 8회
국내 최초 '한반도 지진 및 재난문자 발송' 지도 작성

39년 1405회 지진 vs 5년 18회 문자 분석
서울(4)-경기(8) 이미 12회 재난문자 발송급 지진
첫 수도권 지진 재난문자, 아직 오지 않았을 뿐



[편집자 주] 2300만 서울·경기 수도권 시민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지난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에 발생한 규모 5.8의 '역대급 지진' 진동은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느껴질 만큼 강력했습니다. 규모 4.0 이상의 강한 여진이 3회 이상 이어지면서 경주 지역은 정부 추산 102억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 발생 10일 만인 22일 경주시가 지진 사상 처음으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된 이유입니다.

경주는 서울에서 약 340km나 떨어져 있습니다. 경주 여진이 400회 이상 일어났지만 그 여파를 잘 느끼진 못합니다. 수도권 시민은 어쩌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믿고 계실겁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관점의 착각일 뿐입니다. 뉴스래빗이 1978년(기상청 공식 자료) 이후 발생한 한반도 역대 지진 발생 현황과 지진 관련 재난문자 발송 지역 지도를 작성해본 결론입니다.

서울 인구 약 1000만, 경기도 1300만 여명을 포함해 수도권 인구는 2300만명. 남한 전체 인구(5160만명)의 절반(44.57%)이 몰려 사는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권에도 언제든 지진 재난문자가 날아들 수 있습니다.

# 1. '최초 작성' 역대 한반도 지진 및 긴급재난문자 발송 지역 지도

뉴스래빗이 국내 언론 최초로 한반도 내 역대 지진 발생 및 재난문자 발송 지역 종합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기상청이 1978년부터 39년 간 공식 집계한 남한 북한의 한반도 지진 발생 기록(노랑~빨강 원)과 국민안전처 사이트에 등록된 지난 5년 간의 긴급재난문자 발송 내역(하늘색~청색 지역)을 전수 입수해 분석 시각화한 결과물입니다.

# 2. '38년 1405회' 한반도 지진 지도

'한반도=지진 안전지대'는 오해였습니다. 뉴스래빗은 기상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내 지진 기록을 활용해 '한반도 지진 지도'를 작성한 결론입니다. 1978년 8월 30일부터 올해 9월 27일까지 총 39년 간 한반도에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1405번 발생했습니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 시각화엔 '태블로 퍼블릭(Tableau Public)'을 이용해 발생 지역 별-규모 별로 시각화했습니다.

▼ 한반도 지진 발생 지도 : TIP 구역별 발송 횟수 확인
▼▼ 좌측 '▶' 버튼을 눌러 '+' 버튼을 누르면 위치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우측 '규모(magnitude)'-'연도'를 원하는 값으로 설정해보세요.




# 3. 남한 지진, 북한보다 더 많고 강하다

39년 간 한반도에 규모 5.0~5.9 강진은 총 9번 발생했습니다. 이 중 8번은 남한에 집중됐습니다. 영남권(경북·경남·부산·대구·울산)에서 5회, 영남권 외(서울, 경기, 강원, 전라, 제주, 충청) 지역이 3회 입니다. 4.0~4.9 지진은 총 39번 발생했습니다. 역시 33건은 남한에 집중됐습니다. 특히 19번은 영남권 외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체 지진(1405건)의 81.5%(1154)건이 남한에 몰려있습니다. 북한보다 남한이 지진 규모나 발생 빈도 면에서 훨씬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주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남권은 지난 39년 간 508건의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한 해 평균 13건입니다. 경주 지진이 보여준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안전지대는 아니었습니다.

1978년부터 매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꾸준히 일어났습니다. 39년 간 규모 4.0 이상 지진은 14건, 5.0 이상 지진도 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평균으로 따지면 4.0 이상 지진이 3년마다, 5.0은 8년마다 한번 씩 강타한 꼴입니다.

1년 단위로 따지면 39년 중 6년을 제외한 33년 매해 규모 3.0 이상 지진이 1건 이상 이어졌습니다. 지진 규모 3.0은 '실내의 일부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도입니다. 영남권 시琯湧?최소 지난 39년 간 매해 지진 진동에 노출된 셈입니다. 1999년에는 한회 10회를 넘었고, 2006년 처음 20회로 7년 새 지진 발생은 2배로 뛰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5.8 경주 강진에 이은 400여회 여진으로 기상청 설립 이래 최다 발생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서울, 경기, 강원, 전라, 제주, 충청 등 영남권 이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1978년부터 올해 9월 24일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은 총 646회 발생했습니다. 1978년 10월 충남 홍성에서 관측된 5.0 규모 지진을 시작으로 3.0 이상의 지진은 끊임없이 발생해왔죠. 이미 1979년 10회를 넘었고, 1996년 연간 20회, 2001년 30회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 70회에 육박합니다. 그 해 충남 홍성 서남쪽 바다에서 2.0~3.5 사이 지지만 32건이 발생했습니다. 인천 백령도 부근에서 2.0~4.9 사이 지진이 18건이 연이어 터집니다.

북한은 39년 간 251번 지진이 났습니다.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200km 거리인 평양 인근의 황해남북도에 지진이 집중됐습니다. 규모 5.0을 넘는 지진은 1980년 1월 평안북도 삭주 남서쪽에서 발생한 5.3 규모 지진이 유일합니다.



# 4. 痴?재난문자 발송 지도, 5년 간 15회 뿐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서 긴급재난 발송 관련 공식 자료를 찾았습니다. 2011년 7월 28일 이후 발송한 긴급 재난문자는 총 1789건. 이 가운데 지진 관련 문자는 18건에 불과했습니다.

5년 간 발송한 전체 문자의 0.84%에 불과하죠. 2006~2008년 지진 재난문자가 5건이 발송되긴 했지만 외부 공식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고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진 관련 긴급 재난문자 수가 이렇게 적은 이유는 뭘까요? 국민안전처가 지난 7월에야 비로소 지진 재난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06년 긴급 재난문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올 7월까지 주먹구구 식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경주 지진 사태 와중 정부가 발송한 긴급 재난문자는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긴급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만큼 지진 발생 10분이 지나도 재난 문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도착했더라도, 지진 강도와 시각을 알려줄 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없었습니다. 다급한 국민들이 접속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운됐습니다. "(정부보다) 차라리 뉴스를 믿어라" 는 자조가 터졌습니다. 횟수도 강도도 커지는 지진에 대비하기에 재난 대처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뉴스래빗은 지진 재난문자 도마에 오른 지난 12일 이후 발송한 긴급 재난문자 15건의 지역별 발송 범위 및 빈도를 지도 위에 시각화했습니다. 여진까지 400회를 돌파한 경주 지진의 파괴력에 비해 재난문자 지도는 참 단촐했습니다.

▼ 지진 재난문자 발송 지도 : TIP 구역별 발송 횟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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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수도권 이미 12차례.."아직 오지 않았을 뿐"

뉴스래빗은 지역별 지진 발생 현황과 재난문자 발송 기록을 비교해 지진 대처의 '사각지대' 를 찾았습니다. 바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한 강원도 일부, 충청남도 일부, 전라북도 일부, 전라남도 일부, 제주도 였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아직 지진 재난문자가 단 한 차례도 발송된 적이 없습니다. 한반도 지진 역대 발생 지도 상에 재난문자 발송 내역이 빠져있는 지역들입니다.

경주에서 규모 5.5 이상 지진이 일어난 지난 12일 진앙 반경 200km 지역 국민에게만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탓에 수뎠?시민은 아직까지 지진 관련 재난문자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속출했지만 재난문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발송범위가 좁다는 뜻입니다.

만약 1978년부터 재난문자 발송 제도가 존재했다면 어땠을까요. 서울 시민은 최소 4번, 경기도 시민 8번 등 총 12차례나 수도권 시민도 지진 재난문자를 이미 받았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위 그래프는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 지역, 서해 해상, 북한 황해북도, 강원도 서부 지역에서 과거 발생한 3.0 이상 지진 발생 사례 및 그로 인해 타전되는 지진 긴급 재난문자의 발송 범위를 시각화했습니다.

이미 12번 이상 수도권 2300만 시민은 지진 재난문자를 받았을 겁니다. 앞으로 과거와 같은 지진이 이 지역 인근에서 발생하면 수도권 시민은 사상 처음 스마트폰을 울리는 지진 긴급재난문자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 입니다. 1990년 6월 14일 서울 송파구 규모 2.3, 2004년 9월 15일 서울 영등포 2.5, 2010년 경기 시흥 3.0 등 서울 땅을 직접 뒤흔든 지진도 3차례 발생한 바 있습니다.

# 6. 재난문자 발송 기준 3개월 새 2번 오락가락

그렇다면 이번 경주 지진 재난문자는 왜 수도권 시민에게 발송되지 않았을까요.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뉴스래빗과의 인터뷰에서 "내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를 개시한 2006년부터 국민안전처는 내륙은 규모 4.0 이상, 해역은 규모 5.0 이상 지진에 한해서만 특정 지역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규정대로면 5.0 이상은 반경 200km에만 보내면 됩니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약 340km이니 규정대로면 서울 시민이 받을 턱이 없죠.

한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문자 발송 범위가 너무 좁은 게 아니냐는 뉴스래빗 질문에 "그 동안은 지진 안전국이지 않았냐"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5.0, 200km 발송' 반경 기준은 그나마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7월 신설된 조항입니다. 같은 달 울산 앞바다에서 5.0 지진이 발생한 뒤였습니다.




재난문자 송출 제외지역에서 진동을 느낀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폭주했던 탓이죠. 2006년부터 고수하던 '내륙은 규모 4.0 이상, 해역은 규모 5.0 이상'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바꾼 겁니다.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규모 3.0부터로 낮추고, 지진 규모에 따라 재난문자 송출 반경을 최소 20km부터 최대 200km까지로 정했죠.

그러다 두 달 만에 긴급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또 바꿨습니다. 바로 경주 지진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지진 관련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부랴부랴 '전국 발송' 기준을 넣었습니다.

규모 3.0~3.9일 땐 인접 행정구역까지, 4.0 이상일 땐 전국에 발송하고 5.0 이상일 땐 국민안전처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기상청에서 바로 발송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7월 변경한 발송 기준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없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입증한 셈입니다.

# 7. 3개월 앞도 못보던..문자는 또 오지 않았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26일 "지난 19일부터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정책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19일 밤 8시 33분 경주 지역에 규모 4.5 여진이 또 발생했습니다. 바뀐 규정 대로면 국민안전처가 전국에 지진 발생 문자를 발송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일 서울 수도권 등에는 긴급 재난문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전국 단위 문자 발송 준비가 덜 됐던 탓일까요. 뉴스래빗은 이유를 묻기 위해 추가 취재를 위해 관계자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경주 지진 발생 첫 날인 지난 12일, 5.8 규모의 2차 지진 때도 통신망 폭주로 일부 지역 시민에게는 문자가 鈒滂프?않았습니다. 현재 국민안전처가 갖춘 인프라로는 반경 200km에도 재난문자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 경주 지진으로 증명된 겁니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통신 인프라가 확충되기도 전에 땜질식 대책을 성급하게 발표해서죠.

# 8. 수도권 2300만명 지진 재난문자 발송, 가능합니까?


경주 지진 이후 민낮을 드러낸 긴급재난문자 서비스의 허술함은 국민의 마음 걱정도 뒤흔들었습니다. 불안감이 그 실체입니다.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재난 대비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습니다. 이어 24일 "재난환경에 따라 지속 개선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부랴부랴 해명했지만 재난 대처에 만전을 기해야하는 정부가 여전히 안일하다는 비판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세월호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출범한 국민안전처여서 비난 수위도 더 강했습니다.

뉴스래빗이 한반도 지진 및 재난문자 발송 지도를 통해 보여드렸 듯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수도권 지역에 이미 최소 12차례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될 수 있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진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일본 지진의 교훈처럼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우리 상상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시민 여러분, 아직도 경주 지진이 남 일처럼 느껴지시나요.

2013년 한국방재학회 학회지에 실린 '3차 북한 핵실험의 교훈' 연구 논문은 서울시청(경도:126°58'40.63"E, 위도: 37 33'58.87"N) 바로 아래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인명 피해를 조사한 바 입니다.

건물 손상 및 붕괴로 인한 사망 및 심각한 부상자 수는 주간 119명, 야간 101명, 휴일은 158명으로 예측됐습니다. 논문 공동 연구자인 문지호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지진 발생 시 도로 및 철도와 같은 공공 시설물의 손상, 가스관, 전력시스템 및 상하수도 시스템 손상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건물 손상 및 붕괴 영향으로 인한 피해만 국한했다"며 "서울 시내에 오래된 목조건물 및 벽돌 건물이 존재해 지진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진 재난 대응의 첫걸음인 긴급 재난문자 서비스는 10년 째 걸음마 단계입니다.

반경 200km 이내 수십~수백만명 단위 메시지 발송도 완벽하지 못한 현실에서 2300만 수도권 시민 혹은 전국민 대상 발송은 정말 가능한가요. 경주 지진 이후 쏟아진 '언 발에 오줌누기' 식 재난 대책이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을까요. 뉴스래빗이 국민안전처에 묻습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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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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