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오늘은 롤스로이스 스튜디오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개설된 것을 발표하는 중요한 기자 간담회인데요. 다들 김영란 법 시행 후 열린 행사라는 점만 주목하고 있으니 큰일이네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처음 열린 자동차 업계의 기자간담회장에는 '자동차 행사' 대신 '김영란법 이후의 행사 분위기'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북적였다. 행사를 주관한 업체 측은 자칫 행사의 취지가 흐려질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29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독일 BMW그룹의 최고급 브랜드가 롤스로이스가 자사의 브랜드 스튜디오 개설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롤스로이스 스튜디오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전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개장했다. 이 행사를 위해 영국 본사에서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김영란법에 쏠렸다. 법 시행 이후 자동차 업체의 첫 언론 대상 간담회인 만큼 미디어를 비롯해 업계의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행사 시작 전부터 교통편에서부터 음식, 매체 선정 기준까지 다양한 질문이 들어왔다"며 "법 시행 이후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관련 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도록 꼼꼼하게 살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김영란 법 시행 이전 보다 간소하게 치러지는 모습이었다. 점심 시간 직전인 오전 11~12시에 진행됐지만 관행적으로 제공되던 식사 대신 간단한 다과로 대신했다. 통상적으로 일부 언론매체만 초청하던 기존 간담회와는 달리 업계와 관련된 전 매체가 초대장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1인당 3만원의 비용에 맞춰 교통과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다"며 "점심 식사를 포함하면 법에서 규정한 범위를 넘어설 수 있어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120여개의 자동차 관련 매체에 모두 초청장을 보냈다"며 "70여개 매체에서 회신을 보내왔으며, 이날 참석한 기자는 50~60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롤스로이스와는 달리 대부분의 업체들은 미디어 행사를 당분간은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법규나 시행 규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행사를 미루자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앞서 진행된 간담회를 보며 위법 기준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 시행 이후 첫 적발 사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이 관계자는 "법 집행이 선별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어 예상치 못하게 첫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내부고발자, 경쟁 업체 등의 악의적 제보로 수사대상이 될 경우 법에 저촉되지 않아도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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