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 뒤바뀐 생활' 많이 할수록 조울증·우울증 위험 높아진다

입력 2016-10-01 03:00  

고대 안암병원 환자 26명 분석

인체 생체리듬 정상인과 차이
조증 환자, 정상인보다 빠르고 우울증 환자는 4~5시간 늦어
규칙적 생활습관이 예방 도움



[ 이지현 기자 ] 인공조명 등의 영향으로 밤에도 낮처럼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조울증과 우울증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조울증이나 우울증 환자에게 규칙적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사진)팀이 조울증이나 우울증을 앓는 26명의 환자와 18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3년간 기분 변화와 생체리듬을 분석했더니 조울증이나 우울증 환자는 낮밤의 변화와 인체 생체리듬이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팀은 조울증 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의 기분 변화와 생체리듬 변화를 2주 간격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조증을 보이는 기분장애 환자는 생체리듬이 정상보다 당겨져 있었고 울증인 환자는 정상보다 늦춰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코티?호르몬 농도는 아침에 최고치를 보인다. 하지만 조증을 보일 때는 밤 12시 무렵 코티졸 호르몬 농도가 가장 높았다. 오후 3시에 최고치를 보이는 시간유전자(PER1/ARNTL)도 조증일 때는 아침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울증일 때는 코티졸 농도와 시간유전자 발현이 뒤로 밀렸다.

시간별로 계산해보니 급성 조증은 생체리듬이 정상보다 평균 7시간 앞당겨졌고 울증일 때는 4~5시간 지연됐다. 이 같은 생체리듬의 변화는 기분장애 증상이 호전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연구는 약물로는 잘 고쳐지지 않는 기분장애 질환에 새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체리듬 교란이 조울증과 우울증이 생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리듬을 바로 잡는 규칙적 생활을 하는 것이 질환 발생과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태초에 생명체가 탄생한 지구가 자전활동을 하며 낮밤 변화가 생겼고 이에 대한 본능으로 생체리듬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아침에 밝은 태양 빛을 눈으로 보면서 생체리듬이 조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조명과 실내 생활로 생체리듬이 어긋나기 쉬운 환경에 사는 것이 현대인에게 조울증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늘어나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티모 파토넨 핀란드 국립보건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조울증에 대한 의학적 이해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조울증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도 “기존 약물에 의존한 조울증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증상에 따라 하는 대증 치료가 아?근본 치료 및 예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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