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이날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지연됐을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의도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시절차를 너무 지연했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제넨테크와의 기술수출 계약을 통지받은 건 29일 아침이다. 회사 측은 24시간 이내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일 오후 4시 반께 공시를 완료했다.
문제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통지를 같은날 오후 7시 6분께 받았으나 바로 공시하지 않고 다음날 개장 30분후까지 지연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메일을 통해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 2상 시험 중간결과, 혁신치료제의 경쟁 환경 상황을 고려해 개발 및 상업화 권한을 반환한다"고 전달했다.
김 부사장은 "호재성 공시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다시 공시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오후 당직자 등에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시는 한국거래소 담당자의 검토와 승인을 통해 나오게 돼 있는데, 야간 근무자에게 맡길 사안이 아니었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회사 측 공시담당자가 30일 오전 8시 30분에 거래소에 도착해 약 8시40분부터 공시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며 "신속히 해야 하는 건 알고 있으나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규모와 실체 수취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구스럽지만 다른 의도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소 담당자가 야간과 오전에도 근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공시를 정정하는 부분이고 중요한 내용이라 당직자에게 맡길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재차 답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은 많이 다르다.
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거래소에서 공시 내용을 사전검토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업 측에서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면 거의 즉각 공시로 표출된다"며 "한미약품이 너무 늦게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의 해명은 투자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반께 미국 제넨테크에 1조원 상당의 표적 항암제를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 날인 30일 오전 9시 30분께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또 다른 표적 항암신약 '올무니팁'의 개발이 중단됐다는 공시를 냈다.
24시간도 되지 않아 호재와 악재 공시가 연달아 나오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결국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000원에 마감했다.
특히 30일 개장 직후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약 30분 동안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전날 장 마감 후의 공시로 5%대 급등세를 보였던 30일 초반에 매수했던 투자자라면 최대 24% 이상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렁이는 주가로 거래량도 174만여주로 폭증했다. 평소 한미약품 거래량은 10만주 전후 수준이다.
개인은 37만주를 순매수한 반면에 기관은 36만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만주가량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이 호재 공시를 먼저 내놓아 주가가 오르던 장중에 느닷없이 악재를 공시해 개인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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