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기자 ] “28년 제 연구 인생에서 처음 사표를 씁니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연구를 계속할 수 있어 새 길을 선택했습니다.”
신경과학 분야 석학인 오우택 서울대 약대 교수(61·사진)가 내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대 교수 정년을 3년 앞둔 시점이다.
오 교수는 “KIST 뇌과학연구소를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소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서울대에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다. 올 연말 임기가 끝나는 데니스 최(한국명 최원규) 소장 뒤를 이어 후임 소장을 맡게 된다.
오 교수는 인체의 통증을 일으키는 작동 원리를 밝혀 신경과학의 새 장을 연 권위자로 꼽힌다. 탁월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에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대에서 신경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88년 서울대로 돌아와 한 번도 학교를 떠난 적이 없다.
정부가 지정한 연구를 해야 하는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신분은 대학교수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출연연행을 택한 이유를 묻자 오 교수는 “학교에 남아 명예롭 ?퇴임하는 것도 좋지만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연구를 더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 교수는 감각을 관할하는 이온채널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 남을 경우 65세 정년이 끝나면 현재 연구를 중도에 포기해야 한다.
KIST도 수년간 오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KIST 뇌과학연구소는 박사급 연구원 138명을 보유하고 한 해 232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국내 최대 규모 신경과학연구소다. 세계적 기관으로 도약하려면 존경을 받고 오 교수처럼 학술적 업적이 큰 석학의 유치가 필요했다.
뇌과학연구소를 이끄는 김동진 소장이 앞장서 영입 작전에 나섰다. 그는 정년이 없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오 교수는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미 선임자들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연구소를 잘 세팅했다”며 “나는 정말 숟가락만 얹는 럭키가이(행운아)”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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