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자기 자신을 알리기 위한 과시용 쇼를 벌이는 것 같았다.”
“정쟁을 벌이느라 국정감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운영 중인 ‘대학생 의정모니터단’의 눈에 비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모습이다. 정부부처 장·차관 등 국감장에 나온 증인을 향해 막말을 퍼붓고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대학생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국감을 보이콧한 새누리당에 대해선 “국가적 현안이 많은데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창섭 씨(한양대 국문과 4학년)는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에 참석한 뒤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호통을 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은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향해 ‘말장난 하지 마라’고 쏘아붙였고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냐’고 호통을 쳤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은 새누리당이 지난 1주일간 불참해 ‘반쪽 국감’이 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류현석 씨(동국대 불교학과 3학년)는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갔다”며 “야당 의원들만이라도 국감을 진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류씨는 지난달 27일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을 참관하러 갔다가 허탕을 쳤다.
역시 금융위 국감장에 갔던 박보우 씨(한양대 대학원 경영학과 1학년)는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을 비판하다가 오전 11시에 자리를 비운 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2시28분께 돌아와 30분만에 산회했다”며 “야당도 국감을 하려는 의지는 부족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장에 간 박소현 씨(숙명여대 법학과 1학년)는 “국감 방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리라 기대했는데 파행되고 말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긍정 평가를 받은 의원들도 있었다. 배상윤 씨(서울대 동양사학과 2학년)는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한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을 참관한 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유일하게 예정 시간보다 일찍 나와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고, 이창섭 씨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질문해 국감의 의미를 살렸다”고 평가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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