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건 중 요건 갖춘 신고 3건뿐
"노인복지 행사…법 위반 아냐"
경찰, 신고자에 '무고죄' 검토
강남구청은 명예훼손 고소키로
구청 등 공공기관 '복지부동'
"곤욕 치를라"…주민서비스 재검토
공직자들도 '대민 기피증' 팽배
[ 박상용 / 강경민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수사 대상 1호’에 오른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에게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을 악용한 ‘무고(誣告)성 신고’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일선 구청들이 김영란법을 내세워 주민 행정 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애꿎은 서민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지역 내 대한노인회 소속 경로당 회장 150여명을 초청해 관광을 시켜주고 점심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신 구청장에게 4일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경로당 회장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것이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는 정부 보조를 받는 공직유관단체로, 이 단체 임직원은 ‘공직자 등’에 포함된다. 하지만 경로당 회장들은 단순히 대한노인회 소속 회원일 뿐 ‘공직자 등’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또 해당 행사를 노인복지 업무와 관련한 공식 행사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로당 회장을 공직자로 본다고 해도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 행사에서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자를 무고죄로 처벌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신 구청장은 신고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1주일 동안 접수한 김영란법 위반 신고는 180건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180건 중 서면 신고는 3건에 불과하다”며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모호한 조항과 잇따른 신고 여파로 구청 등 공공기관이 대민 서비스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곤욕을 치른 강남구는 구청의 다양한 행사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 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구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다른 구청들도 각종 행사가 김영란법에 위반되는지 긴급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구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 예산이 대폭 깎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공직사회에서는 벌써 ‘대민 기피증’이 심각하다는 게 구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특히 인허가 업무를 맡은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 ‘몸조심 하자’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민원인과의 만남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공직사회에 소극 행정과 복지부동(伏地不動)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상용/강경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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