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개장이후 첫 신입 경마아나운서 데뷔

입력 2016-10-05 17:01  

하루 최소 2시간씩 경마중계 연습…여러 선배 아나운서들의 중계 찾아보며 장점 배우려 노력
“고객들이 돈을 걸지 않고도 경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경마의 스포츠적 측면 살리고파”

“이때 바깥쪽에서 11번 유성처럼이 뛰어오릅니다. 11번 가장 앞섭니다!”

지난 9월 23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에 새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2016년 한국마사회 신입 아나운서 민정현 씨(27). 신입답지 않은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첫 데뷔중계를 안정적으로 마친 그는 올해 5월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한국마사회에 입사한 인재다. 경마실황중계는 1분에 무려 400단어를 최대한 강한 톤으로 토해내 속도감과 실감을 살려야하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 중 최고난도로 손꼽히지만, 민정현 아나운서는 데뷔전임에도 불구 오히려 데뷔로 인한 긴장감을 경주에 녹여 긴박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중계를 선보였다.

국내 유수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27세로 한국마사회 아나운서로 입사한 민정현 아나운서는 겉보기에는 편한 길만 걸어왔을 것이란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한국마사회 입사 전에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잠깐 근무하기도 했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경험도 있는 민 아나운서는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긴 길을 돌아왔다”고 말했다. 입사 직전에는 일반 사기업에서도 반년간 근무했던 이력이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야구,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했고, 자연스레 중계에도 큰 매력을 느껴온 그는 좋아하는 일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마사회 입사를 꿈꾸게 됐다고 설명했다.첫 지원 때는 안타깝게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는 그는 올해 재도전 끝에 당당히 한국마사회 아나운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마사회 신입아나운서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생각보다 중계 외 행정업무도 많이 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하루 중 두 시간 이상은 꼭 중계연습을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선배 아나운서들의 경마영상을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점들은 꼭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민정현 아나운서는 스스로 중계연습을 한 뒤 녹음본을 다시 들으며 개선점을 찾는다고 한다. 중계연습에서는 직속선배인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의 대표 아나운서 박화중 과장의 조언을 듣는 시간도 그에게는 소중한 일과다.

중계뿐만 아니라 경마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다. 입사 전에는 경마라는 스포츠 자체를 자세히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조교사, 관리사, 기수’ 등 경마관계자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다양한 직업 및 경마상금제도 등에 대해 공부하며, 말의 혈통, 기록, 시행규칙 등에 대해서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중계연습을 하지 않을 때는 한국마사회 직원으로서 기본적 사무업무도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민 아나운서는 문서 기안 및 처리 등에 있어서는 여타 행정직 신입사원과 다를 바가 없다며, 행정업무를 수행玖庸?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올해 한국마사회 아나운서 채용절차는 서류, 필기, 면접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서류전형을 합격하고 나면 카메라테스트와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NCS시험을 치고, 아나운서 직렬에 맞는 주제를 가지고 논술도 작성한다. 이렇게 필기까지 치르고 나면, 총 3차례에 걸친 면접을 본다. 면접은 1차 실무진면접, 2차 행동면접, 3차 최종임원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그는 면접 준비과정에서 선배 아나운서들의 중계영상과 인터뷰 등을 찾아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화중 아나운서의 차분하면서도 경주의 긴장감을 살리는 중계가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실제 면접장에는 쟁쟁한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경마라는 스포츠 종목을 중계한다는 점에서 본인만의 뚜렷한 의지와 청사진을 펼쳤던 게 합격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라고 입을 뗀 그는 한국마사회 입사 전 길지는 않았지만, 짧게나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뻤다며, 평생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어 축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 아나운서는 데뷔중계를 떠올리며, “경주 5분 전, 3분 전 안내음이 나올 때부터 너무 긴장됐다”고 말했다. 1000m의 최단거리 경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는 그는, 데뷔중계 후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아 정말 기뻤다며 회상했다. 경마중계는 모든 게 생중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긴장을 푸는 게 힘들지만 연습과 실전경험을 통해 경마팬들에게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목표다.

민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뿌리박힌 한국경마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개선하고 싶다며 경마가 도박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스포츠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 재밌는 중계를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순위만 전달하는 중계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중계를 제공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젠가는 저만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경주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중계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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