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단체로 오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끌어오려면 많게는 판매액의 50%를 중국계 여행사에 떼어 줘야 합니다. 이마저도 ‘관시(關係)’가 없으면 힘들어요.”
제주의 한 인삼판매점 주인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유커를 손님으로 받을 것이란 기대는 진작에 접었다”며 “제주가 중국인들만 돈 벌어가는 땅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한 식당 주인은 “처음엔 간판을 중국어로 쓰고 메뉴판도 중국어로 바꾸는 등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했다.
유커는 제주 내에 또 다른 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 자본이 장악한 제주 관광산업 실태는 기형적이었다. 제주 상권은 두 부류로 쪼개져 있다. 소수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용 상점’과 다수의 ‘중국인 개별관광객 및 내국인용 상점’이다. 한 중국계 여행사는 제주에 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 90%가량을 독식하고 있다. 이 여행사는 식사부터 숙박, 쇼핑에 이르기까지 중국계 업체들 또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업체에만 관광객을 몰아준다.
다수의 한국인 사업자들은 유커 증가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제주를 찾은 유커가 5년 새 세 배 늘었지만 중국 자본의 독식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국인 사업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더욱 커졌다. 한 식당 주인은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로 경쟁해서 중국계 업체에 밀렸다면 다른 말을 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지금 제주에는 경쟁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책당국도 제주 관광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을 돌파한 2013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줄곧 “중국 저가 단체관광을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주도청도 “중국계 여행사의 독식 체제를 해체해 도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 제주 관광산업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주=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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