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 정치부 기자) 얼마 전 퇴근길 도로에서 신호등에 문제가 생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원래 범죄신고는 112번, 경찰 관련 민원은 182번으로 알고 있었지만 최근 경찰차에 붙은 스티커가 떠올랐습니다. ‘110 신고상담’에는 온화한 얼굴로 전화를 거는 사람의 얼굴이, ‘112 긴급범죄’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람의 얼굴이 붙어 있지요. 누구나 긴급한 상황에 112번으로 전화를 걸라는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이 스티커를 기억한 저는 110번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등 관련해서 제보하려는데요.”
“경찰 관련 민원은 182번으로 하셔야 합니다.”
“네? 경찰차에 신고 상담 110번이라고 붙어 있던데요.”
“그래도 경찰 관련 민원은 182번으로 하셔야 합니다.”
저는 다시 182번으로 전화를 걸어 동네 신호등 위치에 문제가 있으니 검토 후 조치 바란다는 말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110번은 ‘정부민원안내콜센터’였습니다. 신고 상담과는 거리가 먼 번호였던 것이죠. 그런데도 경찰이 왜 ‘신고상담 110번’이란 안내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문의하니 “번호 섟?간소화를 시행하며 각 부처 기존 번호에 대한 홍보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콜센터 번호가 많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워 110, 112, 119 등 기존에 잘 알려진 번호 체계로 홍보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110번을 정부종합민원 상담 번호라고 정확히 알리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요? 경찰 홍보물을 살펴보니 182번을 ‘기타 신고·상담’으로 알리는 게시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110번은 경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번호입니다. 최소한 경찰차는 112번과 182번을 알리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2번이 새로 생겼을 때 경찰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처럼요.
정부가 국민을 위해 안내 번호를 간소화하려는 취지는 존중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정확하고 편리한 안내’가 중요합니다. 경찰은 번호 간소화가 정부 시책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어떻게 하면 정확한 신고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처럼 신고 상담 110이란 게시물을 보고 경찰 민원을 110번으로 걸었던 분들께 한 가지 도움 말씀을 드리자면 110번은 각종 행정부처 관련 민원을 내고 싶은데 어디로 전화해야 할지 궁금할 때 거시면 됩니다. 범죄 신고가 아닌 교통, 수사절차 관련, 범칙금, 과태료, 무인단속기로 단속된 사항 등에 관한 궁금증은 182번으로 거시면 되겠습니다. (끝) /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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