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묵히면서 굶고 있는 푸른 매가, 숲 끝에서 날개 쳐도 갈 곳 별로 없다가, 매서운 북풍에 처음으로 줄을 풀고, 바다 같은 푸른 하늘 마음껏 날아갈 때면, 그 얼마나 유쾌할까? … 이웃집 처마 끝이 앞마당을 막고 있어, 가을날도 바람 없고 맑은 날도 그늘진 것을, 백금으로 사들여서 모두 다 헐어내고, 먼 산 묏부리들이 눈앞에 훤하게 하면, 그 얼마나 시원할까? … 장기 바둑 승부수를 내 일찍이 모르기에, 곁에서 물끄러미 바보처럼 앉았다가, 한 자루 여의철을 손으로 움켜잡고, 단번에 판 위를 홱 쓸어 없애 버리면, 그 얼마나 통쾌할까?” -고전번역원 ‘그 얼마나 유쾌할까라는 노래’-
다산의 집 앞에 부잣집이 집이라도 지었나보다. 평소 앞마당에서 잘만 보이던 산이 그 집 처마 끝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답답할 노릇이다. 다산은 백금을 주고 그 집을 사 확 쓸어버리고, 뻥 뚫린 자기 집 앞마당에서 산을 보면 상쾌하겠다고 말한다. 읽는 나도 그렇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인가. 그러니 우리 모두 이리 답답한 것이 아니겠는가. 시원함은 답답함이 있어서 알 수 있는 느낌일지 모른다. 이제 답답하면 다산처럼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어찌하면 시원할지 드러내자. 시원해지려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 한마디 속 한자 - 盡(진) 다하다, 끝나다.
▷ 氣盡(기진) : 기운이 다하여 힘이 없어짐.
▷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림.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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