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⑫]한미약품, 5번의 홈런과 2번의 '아웃'

입력 2016-10-09 09:45  

[ 한민수 기자 ] 한미약품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핵심은 기술수출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는지 여부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일수도 있지만, 여러 정황들은 사전정보 유출 및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주식 거래를 가리키는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직원 1명이 적발된 전력이 있다. 이 직원에게 들은 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구속됐다.

이번에도 사전정보 유출이 일어난 것이라면 한미약품은 앞선 사건보다 더 큰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한미약품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이었던 9월30일 장초반 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장 시작 30분이 채 되지 않아 급변했다. 한미약품은 같은날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에 한미약품의 주가는 방향을 바꿔 18% 급락 마감했다. 이번 계약에 대해 시장에서는 1조원 수준의 가치를 매겼었다.

호재 이후에 악재를 공시?한미약품의 정보전달 방식에 시장 참여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에도 28일 장 마감 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공시 후 29일 장중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해 주가를 급락시킨 바 있다. 당일 주가도 장중 11%까지 급등하다 18% 하락세로 꼬꾸라졌다.

한미약품은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한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에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9월30일 이를 최대한 빨리 공시하고자 했으나, 한국거래소와의 협의 및 내부 논의 등으로 시간이 소요돼 9시29분에 공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것은 지난달 30일 급격히 늘어난 한미약품 공매도량이다. 이날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상장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5만471주가 공시 직전에 이뤄졌다. 계약 해지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지목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계약 해지 정보가 공시 이전에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관련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전정보 유출이 사실이라면 한미약품은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또 이제는 말뿐 아닌 정말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미약품은 앞선 정보유출 사건 당시 "향후 중요 정보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한미약품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대부분의 신약후보물질은 보건복지부 및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등 정부의 개발과제로 선정돼 자금·행정·세제적 지원을 받았다.

이같은 정부 지원의 토대는 세금, 즉 국민의 혈세다. 규모가 밝혀진 5건(베링거인겔하임 계약 제외)의 계약을 통해 한미약품은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지원이 함께 한 결과다. 사익(私益 또는 社益)을 위해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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